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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유영 Dec 07. 2021

거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관계에 대하여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남자 친구 있어요?"


아니, 그래. 실례되는 줄 아는 사람이 그걸 왜 묻는 건가?


사적인 자리에서도 흠칫 놀라게 하는 이 질문을 회사 동료나 동네 이웃, 어르신들로부터 듣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는가.


나는 8년간의 회사 생활에 알바 같은 길고 짧은 사회 경험까지 도합 12년 동안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덜 피곤답을 찾고 있다.


어릴 땐 참 솔직했다.

있으면 있다고, 없으면 없다고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있다고 하면 "어떤 사람이야?"

직장, 나이, 학벌 등 나는 정작 관심 없는 그의 자격 사항에 대한 2차 질문을 받아야 했다.

2차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그다음은 원하지 않았던 평가나 흥미가 하나도 없는 상대방의 연애 역사를 들어야 한다.


그럼 없다고 하면 어떻나.

"왜 없어?", "젊은데 왜 연애를  해?"

"어떤 스타일 좋아해? 소개해줄게."


내 연애는 누군가 꼭 풀어야만 하는 문제나 오류가 아닌데 득달같이 달려들어 꼭 해결하려고 한다.

정작 나는 괜찮은데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의라면 지금 혼자인 삶에 만족하거나 연애란 생각만 해도 지끈거리는 케이스인데 이 경우에는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만약 타의에 의한 싱글이라면 이건 명백히 실례다.


요즘의 나는 있든 없든 무조건 "있다"고 한다.

그럼 나이가 있다 보니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그럼 "결혼에는 관심 없다"고 답한다.


남자 친구는 있고, 결혼은 하고 싶지 않으니 완벽한 조화다.

연애도 결혼도 내 의지니까 신경 끄란 답변이다.

그럼에도 거기에 왜냐는 질문을 하는 오지라퍼님들이 있는데, 그럼 그냥 다 내려놓고 "지금이 좋다"라고 답한다.


가끔은 진짜 대놓고 무례한 이들도 있다.

내 연애사가 무료한 자신의 일상에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애인이란 원래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 아닐까요?"라고 모호 말을 남긴다.


더 이상 물어보면 널 물어버리겠다는 신호다.


서로가 편해져서 먼저 연애사를 터놓을 때까지 기다려주기가 어려운가.


"있어요." or "없어요."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 답이 있다.

미혼인 당신은 이 무례함에 어떻게 대항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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