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사는데 왜 멈춰서는 걸까.

쉬지 못하는 병 고칠 병원을 찾습니다.

by 고래유영

7시쯤 눈을 뜬 나는 대충 짐을 챙겨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9시부터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운 날카로운 상태로 오전을 보낸다.


상무와 팀장, 영업팀과 마케팅팀.

거품 낀 대화 안에 숨은 뾰족한 본론, 의도를 왜곡하는 까칠한 반응.

인간 대 인간, 조직 대 조직 간의 대립은 그 안에서 생존을 바라건, 밖에서 지켜만 보건 지치고 피곤한 일이다.

차라리 처리해야 할 것이 엑셀 문서뿐이면 피로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겠지.


잠시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숨 고르기를 허락하고,

살기 위해 꾸역꾸역 단백질을 집어먹으며 연료를 채운 뒤 다시금 오후 덜컥거리는 모터를 돌린다.

얼마나 지났지? 하고 시계를 보면 꼭 그 타이밍이 5시다.

매일 반복하며 '벌써?' 놀라곤 한다.

겨우겨우 일을 마무리하면 7시 전후로는 일을 끝낼 수 있다.


집이 아닌 체육관으로 향한다.

운동은 근육과 호흡기관이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1시간 반 가량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자발적 고통이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진통제가 되다니.

몸의 고통만 한 것이 없다는 옛말에 공감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웨이트 후 30분 정도 러닝을 뛰는데 그 거리가 딱 5km 정도다.

15분도 뛰기 힘들었는데, 가진 재능이 꾸준함 뿐인 덕에 더뎌도 몸이 조금씩 자랐다.


비밀스러운 사실이라면, 달라지는 내 중량과 근육량을 뿌듯하게 바라보면서,

'이제 누군가 나 건드리기만 하면 너도 죽는 거다' 라며 꽤나 공격적인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기가 들어 운동을 쉰 지가 일주일째가 되니 내가 가장 경계하는 그 정체감이 찾아왔다.

회사에서도, 체육관에서도, 집에서도 한시도 멈추지 않고 모터를 돌려대니 감기가 찾아와 좀 쉬라고 다그친 것일 수도 있겠다.

허나 요즘 나의 성장이 오로지 몸의 변화에만 집중되어 있다 보니 운동 하나를 못하게 되면 삶이 멈춰버린 느낌이었다.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은 팔다리뿐 아니라 뇌와 통장에서도 동시에 일어나야 했다.


오래간만에 쉬는 날인데 골골대는 감기를 고치러 내과에 갔다.

이미 이비인후과에 두 번이나 갔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며, 제발 내 기침 좀 멈춰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간절하게 호소했다. 내 애처로움과는 반대로 덤덤하게 다른 약을 처방해 주겠다는 의사 선생님이 야속하다.


흐트러진 자세를 고쳐 앉듯 그간 잠시 멈춘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정신머리를 고쳐보려 브런치를 끄적인다. 남들도 나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쉬지 못하는 병을 고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비인후과, 내과, 아니면 어느 병원에 가야 미친 듯 폭주하는 내 모터를 진정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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