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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Nov 08. 2022

김민섭, <대리사회>

고발하지 않아서 좋다


김민섭 작가님은 내게 교수님이기도 하다.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라는 교양 과목을 수강하는데  강의부터 지금까지   번도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  강의에서 그의 입술에서 나오는 언어를 듣고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당장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김민섭 작가님과 그의  <대리사회> 과에서 자주 언급되었고 소설가 김나정 교수님께서도 “  너무 좋아요라고 추천하셨을 정도다.


이렇게 유명한 책이었음에도 나는 <대리사회> 뒤늦게 탑승했다. 읽다  책이 여러  쌓여있기도 했고 짜장면 그릇에 한입 베어  단무지가 잔뜩 쌓인 기분이어서 정리가 필요하기도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중간고사 공지가 올라온 날부터였다.


나는 나와  삶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 잘 쓰는 것과는 별개다 - 크게 어렵지 않았다.  삶을 너무 토로하지는 않되 진솔하고 꾸밈없이. 이를 나름의 원칙으로 삼으며 글을 써왔다하지만 언젠가부터 글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에 물음표가 생겼다. 김민섭 작가님은 강의에서 개인을 고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에세이 작가들은 점점 소진되어 간다 말했다.  말의 의미에 깊이 공감했다.  글도 나에서 우리, 그리고 사회로 확장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바로 그때 선물처럼 김민섭 작가님과  <대리사회> 만났.


그는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언어를 갖게 된다는 것이고 자신을 표현할  있게 된다는 것이라 했다. 자신을 표현할  있다는 것은 내가 존중받을 만한 개인임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이며 우리가 계속 나를 표현하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먼저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둘째는 타인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나아가  주변과 사회를 바꾸어 나가기 위함이라 했다. 물론 글이  사회로 확장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100% 동의하는  아니다.  개인의 진솔한 고백만으로 감동을 주는 글이 있다. 때로는 그런 글에 빠지고 싶을 때가 있다. 깨달음이나 질문 없이 이야기 듣듯 편안하게 읽고만 싶을 때가 있다. 김민섭 작가 역시 글은 반드시 나에게서 출발해 나에게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대리사회> 좋았던 이유는 작가가 직접 대리운전을 하면서 겪은 무례한 손님들의 나열이 아닌 것이 좋았다.  책이 사회와 타인을 고발하는 책이었다면 책을 읽고 남은  타인에 대한 분노, 사회에 대한 혐오였을 지도 모르겠다.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똑같은 경험과 사건도 달리 해석될  있다.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글을 쓰느냐에 따라 타인과  사회가 다르게 규정될  있다. <대리사회> 내가 나로서 스스로 사유하고 행동하는, 온전한 주체로서 나와 마주하게 했고 주변의  다른  역시 주체로서 일으켜 세워야 함을 느끼게 했다.


책을 통해 대리기사의 삶을 경험했다. 차의 주인으로 만난 타인과의 에피소드는 타인을 향해 손가락질하기보다 나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에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몰라서 실수하고 오해하는 일을 막을  있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을 경험하면 우리의 지평이 넓어진다.


 책을 통해 경험한  대리기사의 삶뿐만이 아니었다. 시간강사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도 알게 됐다. 작가는 젊음을 대학이라는 곳에  바치고도 직장 건강보험을 제공받지 못했다. 교수도 학생도 아닌 경계인이었다. 강의가 없는 방학 동안은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교수님이라는 고상한 호칭 뒤에 숨겨진 현실은 건강보험료 내기가 두려워 혼인신고조차 못하는 시간강사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는 노동을 통해 그의 언어를 몸에 새겼고 세상의 전부였던 대학에서 나와 대리인간이 아닌 온전한 주체로서 완벽하게  있었다.  


작가는 타인의 운전석에서  가지의 통제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행위의 통제, 말의 통제, 사유의 통제다.  통제는 대리운전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노동의 현장에서 우리가 모두 겪는 일이기도  것이다. 하지만 통제된 영역에서도 타인을 주체로 일으켜 세우는 이들이 있었다. “선생님의 차라고 생각하고 운전해 주십시오.”, “더우실 텐데 에어컨을  틀어드릴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기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 이들. 나는 어떠했었나. 통제된 대리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타인을 대리인간으로 통제해  순간이 나라고 없었을까. 우리는 모두 나로서 온전한 주체이다. 스스로 사유하고 스스로 행동하며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가야 하는 온전한 .


책을 다 읽고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를 다시 읽었다.

“독자를 반성하게 하면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일절 찾아볼 수 없는 선량한 문장을 존경한다.”

이 책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문장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 24시간 내에 책의 저자가 그 서평을 확인할 확률이 100%라고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읽은 티를 내주면 작가에겐 큰 힘이 된다고. 부끄럽지만, 부족한 리뷰지만 이 글도 김민섭 작가님이 꼭 보시면 좋겠다. :D 댓글도 남겨주시면 참 좋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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