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쓰당

달인은 슬프고

by 좋으니

우리 엄마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에 보이는 물집, 얼핏 큰 자개 반지를 낀 줄 알았다. 엄마 손을 만지지도 못하고 어쩌다 그런 거냐고 물었는데 교회에서 밥 당번할 때 시래깃국 옮기다가 그랬다 같이 들던 사람이 손을 놓는 바람에….


물어본 건 난데 뒷집 이모에게 말하는 엄마는 내 눈치 보는 중이었고. 그래도 찬물에 바로 손 담그고 참기름 듬뿍 바르고 집에 와서 알로에 뜯어서 계속 문질렀더니 이만하게 금세 나았다. 참기름이 사람만큼 싫었지만 그보다 더 진저리 났던 건 사람들이 다 엄마가 만든 시래깃국 맛있단다, 라는 말이었다.


무릎도 안 좋다면서 밥 할 사람이 엄마뿐이냐고 물었다. 요새 젊은 사람들 회사에서 일만 했지 음식 할 줄 모른다. 그냥 가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걸 힘든 것 하나도 없다고 하니 나만 매몰찬 것 같고. 사람들이 다 엄마가 만든 시래깃국 맛있단다, 말이 또 그렇게 끝나니 그놈의 사람들, 사람들 참 밉다.


밥 하는 손 다쳐서 어쩌냐 아침에는 이 사람 점심에는 저 사람 괜찮다는 데도 어찌나 전화들을 하던지라고 말하는 엄마 얼굴은 꼭 생일축하 전화를 받은 사람 같았고. 사람들은 엄마가 약해지는 말이 뭔지 아는 것 같았고 엄마를 구할 수 없는 나는 약이 올랐다.


세상에 밥 할 사람이 엄마밖에 없는 것처럼 엄마 옆엔 밥 달라고 태어난 사람들만 있는 것처럼 그놈의 밥이 뭐라고 밥만 하는 엄마는 맛있다는 말에 홀린 것처럼 밥을 하고 엄마는 남의 밥 달인이 되었다. 나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힘든데도 진짜 안 힘든 것처럼 더 잘하고 싶은 다음을 기약하는 그 소박한 얼굴이 슬퍼서 눈물이 날 것만 같고 어쨌든 달인은 슬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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