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쓸 때 펜과 종이의 합이 매우 중요하다.
펜이라도 펜촉에 따라, 두께에 따라 다르고
미끌거리는 종이인지 거칠거칠한 종이인지에 따라서도
미세하게 글씨가 달라진다.
내가 유독 좋아하는 펜이 있는데
그 펜으로 글씨를 쓰더라도 종이를 잘못 만나면
선 하나 그을 때부터 이미 느낌이 온다.
아, 예쁘게 쓰기 틀렸군.
펜촉과 종이의 마찰이 환상적일 때는
손에 아무런 힘을 주지 않아도
글씨를 잘 쓰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슥- 슥- 손이 움직이는 대로
마법처럼 마음에 쏙 드는 글자들이
흰 종이 위에 예쁘게도 내려앉는다.
이 기분 좋은 느낌 때문에
글씨 쓰는 걸 좋아한다.
오늘은 종이 말고 아이패드에 글씨를 써봤는데
쓰는 맛은 역시 종이와 펜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