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으니 Feb 17. 2022

오늘은 습니다로 씁니다

에세이 수업을 들으면서 그리고 과제로 글을 몇 개 써보면서 마음먹었습니다. 에세이는 “~했다”로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말입니다. 글이 명확하고 간결해 보여서 좋았습니다. 저는 아주 신중한, 사실 아주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글 속에서만큼은 쭈뼛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좌회전, 우회전, 유턴 없이 오로지 직진 말입니다. 이 직진에는 <작가의 숨겨놓은 의도 따윈 없다>, <글을 꼬지 않는다>와 같은 글에 대한 제 정체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 있게 내놓는 글은 아니지만 글이 똑 부러지고 야무져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습니다체>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습니다로 씁니다.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습니다체 만의 중독성이 있습니다. 나만의 독백에서 읽을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이 느낌이 저를 온화하게 만든달까요. 포근하고 친절해지는 기분입니다. 친절이란,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모두 좋으니까요. 지친 마음을 당장에라도 안아줍니다. 마치 프리 허그처럼요.






에세이는 쉽게 말해 ‘유혹의 글쓰기’다. 
독자에게 작가가 궁금하게 하거나 글을 궁금하게 하면 된다.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다면 작가 자체로 유명해지거나 작가의 글을 유명하게 만들면 된다.

_ 고수리 교수님 강의 중(김은경 편집자,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참고)


사실, 문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문체가 아니라 글과 작가의 매력에 빠졌던 것입니다. <글이 매력적이거나 내가 매력적이면 된다> 참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붉은색 립스틱 화장을 덧칠한 글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압니다. 얌체처럼 글은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쌩얼로 유혹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자.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이 글에 담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제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하겠습니까. 일단 지하철에서 누가 확 밀고, 치고 가더라도 웃으며 안녕해야겠습니다.


장밋빛 인생을 그린 화가 라울 뒤피는 말했다. 
“삶은 나에게 미소 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게 미소 지었습니다.” 

아마도 이때 쓴 글들을 기점으로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미소 짓지 않는 삶에게 미소 짓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꾸준히 쓰다 보니, 글쓰기는 사람을 완전히 변하게도 만든다.

_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제대로 글쓰기 수업을 들은 건 고작 반년, 브런치엔 기껏해야 20여 편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하지만 안 쓰는 날에도 쓰는 생각을 하고, 쓰는 날에도 계속 쓰는 생각을 하며 살다 보니 글쓰기는 정말 사람을 변하게 했습니다. 평범한 날이라도 글이 되어 기록되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는 경험이 특별했습니다. 그러니, 저 문장이 제 마음에서 그냥 스칠 리 있나요.

 

저도 그때 엄지에 비장한 다짐을 담아 메모장에 꾹꾹 눌러 썼습니다. 미소 짓지 않는 삶에게 미소 짓기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기로. 아참, 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으니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