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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Sep 09. 2022

오늘부터 1일

막쓰주의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완벽주의는 소설 쓰기의 독. 이런 강박관념이 글쓰기의 적이다. 중요한 건, 잘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쓰는 것이다. 무작정. 막. 초고에서부터 이런 짓 하지 말고 그냥 막 써라. 마음껏 실패하라.

_김나정 교수님, 소설 창작 입문 강의 중

     

나는 어지르는 것이 싫다. 일할 때도 치우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요리를 많이 하지도 않지만, 식재료를 손질하면 쓰레기 정리를 바로바로 하는 편이다. 음식을 만들다가도 몇 번이나 손을 씻고 닦는다. 국이 끓는 동안 기름과 양념이 묻지 않은 그릇, 칼, 도마, 냄비뚜껑 등도 바로 설거지해서 정리한다. 그러다 보니 요리와 점점 멀어졌다. 요리를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데도 어느 순간 하기 싫어졌다. 일을 벌이는 것 같고 귀찮고 버거웠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라고는 데우기, 굽기, 각종 야채를 넣고 소금 후추 간으로 볶는 정도의, 요리라고 할 수 없는 음식들만 만들게 됐다.    

  

양질 전환. 무작정 많이 쓰면 한결 더 좋은 글을 쓰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글이 늘게 된다는데. 나는 글 한 편 완성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정리 정돈 강박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다. 초고부터 잘 쓰려다 보니 당연히 글을 많이 쓸 수 없게 되고 마음먹고 앉아야만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초고는 한달음에 써야 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교수님마다 말씀하셨다. 오타, 띄어쓰기, 맞춤법 오류가 있어도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막 쓰라고. 처음엔 그렇게 썼다. 생각나는 대로 막. 그런데 막상 그 글을 퇴고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글을 쓰는 사람마다 자기가 편한 스타일이 있고, 한달음에 쓰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는 초고도 퇴고하듯 썼다. 어느 정도 정리된 원고를 퇴고하는 게 훨씬 쉬웠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일주일에 쓸 수 있는 글이 한 편도 되지 않았다. 아무리 퇴고를 반복해도 며칠 지나서 읽으면 왜 이렇게 썼지 하는 문장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어차피 완벽한 글은 쓸 수 없는 것이다. 


교정 교열의 세계엔 귀신이 있다는 말이 있다. 편집자, 작가, 디자이너 등 몇 명의 사람을 거쳐서 봤던 글도 책으로 완성되면 나 여기 있지 하고 나타난다는. 오타뿐 아니라 글도 그랬다. 몇 번을 읽었어도, 이제 더 이상 고칠 것이 없다 싶어도, 떠나보내고 나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글이 어떻게 흘러갈지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글 쓰는 것을 망설이거나 내용을 자꾸 점검하려 들지 마라. 남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다. 마음 가는 대로 써내려 가자. 기꺼이 한 번 놀아보겠다는 흔쾌한 기분으로 써라.

_김나정 교수님, 소설 창작 입문 강의 중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완벽하게 쓰려고 했던 마음은 자꾸 나를 붙잡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말 글을 띄엄띄엄 쓰게 했다. 실수하고 부끄럽더라도 용감하게 막 써보기. 그러니까 오늘부터 우리는 1일이다.



#라이트라이팅 #라라크루 #덕분에 두 편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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