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게 프러포즈 하기
브런치 작가 신청을 앞두고 3주가량 전전두엽 쪽에 힘을 주며 고민했다. [작가님이 궁금해요]라는 첫 질문부터 멈칫했다. 마음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가 있는데 한 발도 내디딜 수 없어 답답했다. 첫 질문의 답을 찾는데 꼬박 3주가 걸렸다. 내가 누구일까. 어떤 글을 쓰고 싶을까. 이 오랜 고민은 설렘과 용기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짝사랑이다.
"나는 한 번에 붙어야겠어!"라고 생각했다.
계속 도전할 생각이긴 했지만, 이 지끈거리는 고민을 두 번, 세 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기운이 쭉 빠졌다. 그래서인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작가 신청을 따낸(?) 분들이야말로 꾸준히 글 쓸 준비가 끝난 분들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덜컥 작가 승인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퇴고한 원고가 벌써 바닥이 났다. 메모장에 가득한 생각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못하고 빽빽이 쌓여있다. 그래서 내 소개 글에는 "편집디자이너이자 갓 지은 따끈따끈한 에세이를 씁니다"라고 적었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계획은 하지 않았다. 내 글을 누가 읽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맞는 건지 확신도 없었다. 아무 계획도 없고 어떤 준비도 없던 내가 바람에 떠밀리듯 글을 쓰는 길로 걷고 있었다. 나는 이 길이 잘못 들어선 길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길일 거라 확신한다.
브런치팀과 누군지 모를 독자분들을 생각하며 쓴 브런치 작가 신청 글이다.
#장애가 있는 쌍둥이 동생의 언니 #아빠, 엄마의 위로이자 듬직한 맏딸 #편집디자이너
나는 유독 편지를 길~게 쓰는 재주가 있다. 군대 간 친구나, 생일인 친구나, 때론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 항상 2장의 편지지를 꺼낸다. 2장만 쓰자는 다짐이지만 쓰다 보면 결국 편지지 전부를 다 써버린다. 편지지가 없어서 글을 마무리할 정도인데 생각해보면 추억을 잘 간직하고 세심한 것까지 기억하며 그것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글을 받는 사람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독자와 펜팔 하듯!
[트윈클 트윈클 내 동생]
지적 장애가 있는 쌍둥이 동생과의 초·중·고교 시절 에피소드, 장애인 가족으로 살면서 겪은 화나고 슬픈 사연, 그런데도 동생들 덕분에 하하하 웃을 수 있었던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글로 남기고 싶다.
[엄마이웨이]
아내,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 칼국수 집 사장으로 '내'가 없이 살아온 우리 엄마. 엄마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다. 사실 엄마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서 지금부터 엄마 덕질을 시작하려 한다.
* 아참, 아빠와의 에피소드는 아직 Part 명을 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