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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May 03. 2022

노래에 담긴 사람



언젠가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나도 모르게 너의 모습이 잊혀진 줄 알았었는데.   

_더더(THETHE) 내게 다시 

      


어떤 노래에 담아둔 사람이 있다. 언젠가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생각나는 그런 사람.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가족끼리 노래방을 갔다가 서울탱고를 부르던 엄마. 노래방 이름도 잊히지 않는다. 까치노래연습장. 


아빠는 노래를 참 잘 부르신다. 땡큐락밴드의 보컬인 쌍둥이 동생은 말할 것도 없다. 나도 한땐 노래 잘 부른다는 소리 좀 들었지만. 10분씩 10분씩 추가 시간을 넣어주던 그 노래방. 우리 가족 중 노래를 제일 못 부르는 엄마의 서울탱고만 남았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해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책이 해진 줄 모르고 왜 책과 헤어졌을까 생각하며 부르던 찬송.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 듣진 않았지만, 이 찬송을 부를 땐 꼭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엄마와 짝지어진 찬송이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예쁘장한 얼굴의 스무 살 그 아이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다운 목소리로 저 노래를 불렀지만 나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하는데도 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애꿎은 노래에 마음을 담은 거겠지.


마주치는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콧소리 내며 살랑살랑 노래를 부르던 현정이는 간질거리는 짝사랑에 담았다.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가성으로 예쁘게 노래를 부르던 은주는 이 노래에 담긴 사람이란 걸 알까. 함께 있는 것이 좋아 널 사랑한 거야 날 바라보는 너의 눈빛이 따사로와. 너와 나를 화음 넣어가며 함께 부르던 혜란이는 어디에 있을까. 찾으려고 애썼으나 여태 찾지 못했다. 


은희야 내가 어제 라디오를 들었는데 이 노래가 나왔어.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기타 치며 이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 슬펐어. 내가 불러줄게 들어봐.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토요일 기숙사 앞 벤치에서 이 노래를 불러주던 명철이는 다은이로 개명했다. 명철~ 명철~ 부르던 네 이름이 난 더 좋은데. 


나는 어떤 노래에 담겨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교양필수 영어 과목에서 팝송을 하나 외워서 다음 강의 시간에 부르는 과제를 내주셨다. 뭘 부를까 고민하다 영화 코요태 어글리 OST였던 Can't Fight The Moonlight를 불렀다. 박수 받았다. 강의가 끝나고 다른 과 남학생이 번호를 물었. 음. ㅃㅇㄷ. 이 노래를 들을 땐 난 그 강의실에 서 있는 것 같다. 


반면, 잃어버린 노래도 있다. 아주 좋아했지만 누군가 떠올리기 싫어 다신 듣지 않는 곡. 담겨있거나 잃어버렸거나 나는 어떤 노래에 담겨있을까. 이왕이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어디든 좋으니 나와 가줄래라면 참 좋겠다.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이것도 좋겠다. 






JOO 작가님의 어쩌다 덕질을 읽고 필 받아 썼습니다. 작가님 감사해요! :D

일과 강의, 중간고사, 이사 등으로 사실 아직까지 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풀옵션으로만 다니다 난생 처음 무옵션으로 가게 되니 사야할 것 천지더군요. 하나 하나 알아보는 것도 일이라 글과 멀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4월은 내내 분주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에 스트레스도 많았고요. 그러다보니 글쓰기 페이스도 완전 잃었습니다. 고맙게도 브런치에서 글쓰라고 알림이 오니 글 쓸 정신이 없었음에도 또 쓰게 되네요. 이전 글도 브런치 압박에 꾸역꾸역 발행했고 오늘 글도 브런치 압박 덕분에 발행하게 됩니다. 고맙다고 해야겠죠. 바쁜 와중에 꾸준히 글 쓰시는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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