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텐데
옛날에 즐겨듣던 노래가 어느 날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요즘 <좋을 텐데>에 꽂혔다. 원곡을 부른 가수는 성시경이 아니라 민관홍이라는 분이다. 좋아하는 노래의 다른 버전이 있으면 하나씩 다 들어본다. 내 기준 <좋을 텐데>는 성시경 버전이 제일 좋고 그다음으로 정예진, 조이&폴킴 순이다.
사실 <좋을 텐데>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땐 이 노래를 직접 부른 줄 알았다. 어쩜 목소리까지 달달하구나 싶었다. 혹시 있을까? 광고 영상을 검색했다. 강동원 KTF 엔터. 오! 있다!
요즘 출퇴근길에 이 노래를 반복 재생시킨다. <좋을 텐데 너의 손 꼭 잡고 그냥 이 길을 걸었으면> 하고 노래가 나오자 나도 그를 흉내 내며 걷고 싶었지만, 살랑살랑 팔만 꿀렁거려본다. 가사는 애타는 짝사랑인데 멜로디는 꼭 오늘부터 1일처럼 설렌다. 오랫동안 이 노래를 즐겨들었지만 여전히 난 이 노래의 첫 가사에 첫인상이 멈춰버렸다. 내겐 시작부터 끝까지 <좋을 텐데 너의 손 꼭 잡고 그냥 이 길을 걸었으면>만 반복되는 희한한 노래다. 이 노래와 첫 만남이 그분이었기 때문일지도.
선명하지 않은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다 어, 비슷한 애가 있었는데…. 강의가 끝나고 친구들과 계단을 내려오는데 통유리창 앞에 서 있는 그 애가 보였다. 서로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대뜸 자기 옆에 나를 세웠던 그 애. 통유리창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우릴 보며 "내가 너보다 훨씬 예쁘다"라고 장난처럼 말했던 그 애는 요즘 말로 강동원과 그림체가 닮았다. 사실이라 반박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지 예쁜 건 알아가지고. 큰 키, 마른 체형, 헤어 스타일(머리색은 달랐지만), 옷 입은 스타일,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갖춘 것까지. <스무 살 우리는> 그 애다. 좋아하는 노래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줘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강동원 목소리는 얼굴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좋을 텐데~ 하고 달달하게 부르던 그 목소리인 줄 알았다가 "굿타임 챈스~ 기회는 KTF에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 어색했다. 그가 신인일 때 어떤 드라마에서 경상도 사투리 쓰는 의사 역할을 했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사투리와 훨씬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다. 뛰어난 표정 연기 - 얼굴이 뛰어날 수도 - 에 사투리도 서울말도 아닌 어중간한 억양과 톤이 그의 연기력을 가리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지지만. 아무렴 어때. 강동원인데. 근데 그 애도 그랬다. 진짜 딱 그랬다. (낮잠) 자니?
삶의 촉수 작가님 글에 남긴 댓글인데(근데 또 댓글은 폴폴 작가님께 남긴..;;) 좋은 건 같이 보고 싶어 글로 남겨봤습니다. 좋은 건 같이 봐요. 다시 보고 또 봐요. 우윳빛깔 강동원! 굿타임 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