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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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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Feb 18. 2018

네가 좋아하던 것들

H.O.T 재결합 소식에 문득

열일곱,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나이.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H.O.T는  재결합을 선언했다.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가 다시 모인 계기라고 했다.


다만, <무한도전>과  H.O.T,
그 어느 쪽의 팬도 아니었기에 나의 관심은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들의 팬에게 쏠려 있었다.


한때는 나도, 다른 누군가의 열성 팬이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명절에 시댁 식구의 응원을 받으며 콘서트에 갔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적잖이 흥미로웠다.


거기까지였어야 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되어버린 게,

익숙한 가사, 아직 몸이 기억하는 몇몇 포인트 안무에 신이 나서 계속 보게 된 게 실수였다.


재결합 소식을 알리는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

팬들이 그렇게 원할 때는 뭉치지 않았다는
원망 섞인 댓글을 미쳐 보지 못했어야 했다.

그 짧은 한 줄에서 네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올랐다.


에이치오티가 완전체로 재결합하긴 어려울 거라고.
 누구와 누구의 사이가 얼마나 나쁜지,
너는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내게 이야기해주곤 했다.

네가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너는, 너무도 많이 H.O.T의 재결합을 바랐다.

다섯이 다시 모이기만 한다면,

너는 비용도 시간도 아끼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내 아이디를 빌려주는 일도,

예매 광클 대란에 손을 보태는 일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없으니까.

그들이 너무 늦었으니까.

어쩌면 너무 늦은 건 H.O.T만이 아닐지 모른다.

네가 좋아했던 것들을 기록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나조차도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은..네가 좋아했던 것들을

H.O.T에서부터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 심산이다.


H.O.T.

만화 <h2>

딸기

강아지 - 비나들과 나나

여행

음악

요리

커피

엠씨 더 맥스


그리고 또 ...

이연복 쉐프의 튀김옷.


번외)

이번 설에 새우튀김에 도전했는데 완전 실패했어.

다 네 책임이야.

네가 없어서, 물어볼 사람이 없었단 말야.

나한테 더 잘 알려줬어야지.

반죽에 식용유 섞으라는 거 밖에는
기억에 안 남았는데...

그래서 그냥 그렇게만 했는데...

카톡으로 한 줄 너한테 물어봤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이번 설은 진짜 네 빈자리가 크다, 지현아.

차례 지내고 커피 마시러 나오라는 네 문자가

너무 너무너무 그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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