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무원 탈출기 (2)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많다. 그중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역시 사람이었다.
몇 년 전, 꽤 높은 직급의 공무원인 나 XX 씨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심지어 '짤리는' 일이 발생했다. 공무원 사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나 모 씨의 발언이 아주 발칙하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입사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던 시점에 나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 심지어 기관장이 기자회견을 했을 때 "아무런 메시지도 기억나지 않게 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기자, 시민의 시간을 빼앗았다는 죄책감 따위는 들어갈 자리는 전혀 없었다. 자신이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인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기관장, 행정고시를 보고 들어온 기관장에 대한 충성심 외에는.
공무원 사회에는 '끕'이 아주 많았다.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할 때도, 출신에 따른 차별 때문에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었다. 출신 성분을 두고 은연중에 서로를 무시하고, 또 무시하는 분위기가... 나는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공무원 사회는 끝판왕이었다. 방송국만큼이나 다양한 출신 성분이 있었는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곳은 출신 성분을 기준을 차별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다. 행정고시 출신은 말 그대로 톱이었고, 시험이 아닌 다른 경로로 들어온 직원들은 무시받기 일쑤였다. 공공연한 수준을 넘어서 벌어지는 온갖 차별의 말과 시선, 행동, 지시들이 너무 흔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별종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당연히 반대급부도 있었다. 오래 버티면 그래도 언젠가는, 최소한은 승진이 보장되는 구조였기에 바닥에서 올라간 사람들은 당연히 '대접'을 바랐다. "내가 누군데 왜 이런 거 안 해줘", "왜 나를 무시해"라는 발언들이 현실 세계에서 종종 울려 퍼졌다.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술자리에서는 그런 말들이 훨씬 더 자주 울려 퍼졌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 사무실에서 나는 자주 아팠다. 못된 성격 탓인지, 아니면 내 뒤에 든든한 출신성분(?)이 깔려있었기 때문인지 다행스럽게도 나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온 사무실을 점령한 차별의 말들, 분위기가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 모질고 날카로운 말들을 전혀 감지해내지 못하는 다수 멍청이들의 존재는 더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순응할까 봐, 그리고 결국엔 그들을 닮게 되어버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미련 없이 박차고 나왔다. 누군가는 고작 이런 걸로, 네가 직접 당한 일도 아닌데 예민한 척, PC한 척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백수 생활 만 두 달을 앞둔 지금까지는 단호하게 답할 수 있다. 절대 아니라고. 별 근거 없지만, 사무실에서 회의감을 느끼 때마다 되뇌었던 문장이 지금도 종종 떠오르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이유는...to be continued (3편으로 이어짐. 언제 쓸지는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