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종이비행기를 날려라!
첫째는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빠와 함께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에 나가기로 하면서 자기는 세계 1등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겠다고 매일 50개 정도의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다.
평소 1등, 2등은 중요하지 않다는 나름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만 이번에 종이비행기 대회에서 1등을 하겠다는 목표가 아이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걸 보고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외부에서 정한 범위가 아니라 자신이 정한 목표는 아이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종이비행기 대회는 1. 멀리 날리기 2. 오래 날리기 3. 곡예비행이 있고 국내에서는 매년 '무림페이퍼 코리안컵 종이비행기 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2006년부터 3년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세계대회가 개최된다.
종이비행기 국가대표선수를 목표로 아이의 종이비행기 연구가 시작되었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A4 크기의 종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접어 날린다. A4 용지 한 장이라는 작고 공평한 기준에 자신만의 실력으로 세계대회라는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 종이비행기 대회의 큰 매력인 것 같다.
아이는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팀 위플레이의 유튜브와 세계 최고의 종이비행기(이희우 지음, 공군 파일럿/항공공학박사) 책으로 종이비행기 연구의 기초를 다졌다. 유튜브를 보며 수잔 비행기, 콩코드 비행기 등 처음 듣는 비행기 이름을 나열하고 세계 최고의 종이비행기 책을 보며 양력, 추력, 중력 등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수십, 수백 개의 비행기를 만들고는 일주일 후에 자신만의 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
"엄마! 보세요! 이건 제가 개발한 비행기예요."
나는 매일 아이가 만든 비행기의 숫자만큼 아이를 바라보며 응원해야 했다. 때론 아이가 만든 종이비행기를 공처럼 주고받기 놀이를 하는데 종이비행기가 부드럽게 날아와 가슴으로 안길 때 나는 진심으로 아이의 비행기 접기 솜씨에 감탄을 했다.
때론 새로 접은 비행기는 바로 떨어져 버리기도 했지만 아이는 실망하지 않고 바로 비행기를 다시 접었다. 자신의 손 안에서 움직이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이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아이는 그렇게 꾸준히 모방하며 실력을 쌓아나가고 또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간다. 똑같은 모양의 비행기를 접더라도 얼마나 섬세하게 접느냐가 비행기의 각도를 좌우하고 그 작은 차이가 날개의 균형을 좌우해 비행기가 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갔다.
외부에서 강요되지 않은 스스로 정한 목표가 놀이에 활력을 더했다. 자신이 정한 목표로 스스로 몰입하며 지속적인 배움을 즐겼다. 그리고 겨울방학이라는 자유롭고 넉넉한 시간이 아이의 몰입을 극대화했다.
어느 날, 냉동실 문을 열었다. 아들은 종이비행기 접기를 하다 하다 물티슈를 비행기 모양으로 접어서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 이것도 위플레이 종이접기 국가대표 유튜브 영상에서 나온다. 물티슈로 비행기를 접는다는 엉뚱한 상상이 내 아이를 키워내고 있었다. 엉뚱한 상상을 나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공감대 형성이 아이의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했고 용기를 주었다.
아이는 그렇게 독창적인 사고를 함께 응원해 줄 사람,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시간, 실패와 성공을 경험할 기회가 필요했다.
지금 보니 아이가 접어 놓은 물티슈 종이비행기는 바닥이 뒤집혀서 나온 얼려먹는 요구르트 옆에 놓여있었다.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 나에겐 그 요구르트가 기발했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당연했다. 클 때부터 이미 존재했던 얼려먹는 요구르트일 뿐이다.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미래를 지향하고 창조를 원하지만 삶의 99% 이미 개발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들로 지금의 편안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1%의 새로운 시도와 성공이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미 주어진 것을 배우고 감사할 줄 알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유와 창의를 가르치지만 정규 교육을 부인하지 않는다. 비행기 접기의 기초와 새로운 접기 방법의 90% 이상은 책과 동영상을 통해 배운다. 그리고 10% 정도 자신이 개발하며 시도하는 것이다. 가끔은 그 10%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 겨울 들어 시작한 비행기 연구는 2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멀리 날리기는 자신의 걸음으로 35보, 오래 날리기는 5초 99를 기록했다.
아직 세계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목표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는 상금은 없다. 하지만 알프스 산맥에서 실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아들 혼자 보낼 수 없으니 나도 지금부터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