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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Apr 02. 2021

012 놀이의 나비효과

깍두기와 카드놀이

 내가 어릴 때는 원카드를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우노를 한다. 우노 카드는 원카드 보다 색이 분명하고 숫자가 커서 아이들이 놀기 좋다.

 UNO 방법: 자신의 차례에 같은 색깔이나 같은 숫자의 카드를 내린다.


 내 경험으로 우노 카드는 5세 전후의 아이들이 시도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색깔과 숫자를 모르더라도 짝 맞추기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노를 지속하다 보면 아이들이 학습이 아닌 놀이로 기본 색깔(빨, 초, 파, 노)과 숫자(1~9)를 배우게 된다.


  처음 아이와 우노 카드놀이를 시도할 때는 특수카드는 모두 빼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색깔과 숫자에 익숙해질 때쯤 특수카드를 하나씩 추가하고 설명하며 놀이를 진행하면 된다.


 아이들은 학습보다는 놀이를 통해 더 빠르게 배운다. 내가 아는 8살 남자아이는 한글에 관심이 없어서 한글을 못 떼다가 형들이 하는 포켓몬 카드놀이에 매력을 느끼면서 포켓몬 이름과 카드의 능력을 읽기 위해 단숨에 한글을 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구든 이렇게 한글을 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모든 아이가 놀이를 통해 한글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적절한 타이밍과 부모의 노력으로 한글을 익힌다.

 

 우리집은 초3 아들과 6살 딸과 아빠와 엄마가 우노를 한다. 둘째가 5살이 되기 전까지 아빠와 엄마, 아들이 함께 우노를 했고 우리 가족의 우노 놀이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5살이 된 둘째가 자신도 우노를 하고 싶다며 기웃거리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우노 테이블은 위협받기 시작했다.

 5살 둘째가 정식 참여를 요청하면서 우노 놀이가 어려워졌던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의 불만이었다.


 규칙도 잘 모르는 둘째가 우노 테이블에 앉으면서 색깔 바꾸기 특수카드를 내고 첫째가 파랑!이라고 외치면..


둘째: "파랑이 무슨 색이야?"

첫째: "바다색"

둘째: "초록은 무슨 색이야?"

첫째: "풀색"


이라고 중간중간 놀이를 끊으며 알려줘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다 알려주고 엄마가 가르쳐줬는데 결국 자신이 아닌 동생이 이기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다행히 승부욕이 넘치는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진정시킬 무기가 하나 있었다.

 

"아들~~ 동생은 깍두기잖아~~"


 동생은 자신의 경쟁자가 아니고 깍두기와의 승패를 겨룬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깍두기에게는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고 그 기회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아 갔다. 다행히 깍두기라는 말의 힘은 강력했고 오빠는 깍두기라는 말에 반응하며 동생을 살뜰히 챙겼다.


 그 이후로 우노 놀이가 즐거운 우리집 깍두기는 밤낮으로 엄마를 찾았다. 몇 주간은 침대 위에서 우노를 해야 했다. 자려고 눕기 직전까지 하고 자고 일어나서 내가 눈을 다 뜨지 못하고 있는 날도 나는 침대에 누운채로 우노를 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우리집 깍두기가 모든 특수카드까지 익숙해졌다. 그리고 엄마를 5번 연속 이기고는 점점 우노를 하자고 하는 날이 줄어들었다. 6살이 된 지금은 주말에 한 두번만 하면 만족할 정도로 우노가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젠 실력이 아니라 카드 운에 승패를 맡겨야 할 만큼 가족 모두의 실력도 비슷해졌다.




 깍두기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존재한다. 인턴, 실습생, 수습기간 등으로 그 단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놀이의 깍두기와 비슷한 위치로 존재한다.  

주변적 접근: 실천 공동체는 외부자에게 전임적인 참여는 아니지만 자신들의 실천 영역 주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허용한다. 이때 외부자에게는 공동체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그 기회는 관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즉, 그것은 실제로 그 실천에 참여하지는 않아도 그 일에 입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COP 실천 공동체 중에서-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나오고 유튜브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 유치원에서 기본을 배우고 유튜브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배운다. 시대가 바뀌고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 바뀌었다. 누구나 어디에서나 공평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무척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깍두기를 경험할 수 있는 놀이가 줄어들고 있다. 오늘도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사회를 미리 경험하지만 깍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깍두기를 경험한 적 없는 시대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최근 입사 형태를 보면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키워서 함께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는 기업도 신입을 뽑지 않는 이유로 많은 시간 공들여 키워놓으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이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 말이 먼저든 우리 사회에서는 깍두기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계층 간의 격차는 늘어나고 더 이상 자신의 것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가진 자가 더 가지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깍두기 없는 공동체는 리더십이 작용하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또한 줄어들게 된다. 내가 부족할 때부터 나를 기다려주고 가르쳐 준 이가 없는 공동체에 내가 헌신할 이유도 없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엔 깍두기가 없다.


 놀이터엔 깍두기라고 이름 붙이며 놀이 할 만큼의 또래 친구들도 없다.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는 늘어나는 반면 함께하는 놀이는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린아이들의 놀이에서 깍두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깍두기가 사라지면서 나타 날 사회적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나비효과)   
- Lorenz, E.N.-


 지금 내 옆에 조그만 아이의 날갯짓이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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