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박마차 Dec 29. 2020

섬에서 놀아요!

섬여행-금당도/돈으로는 못 가요! 아이와 떠난 시골여행

 대학 다닐 때 순천에 사는 친구가 있었다. 방학 때쯤 친구에게 "너는 방학 때 시골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친구는 "시골 아니야!"라며 순천이 얼마나 개발된 곳인지를 설명해주었었다. 그때의 나에게 시골은 고향을 의미했고 그 친구에게 시골은 개발되지 않은 환경을 의미했다. 하지만 내 고향 금당도는 남해안 끝까지 차를 타고 녹동항으로 가서 배 타고 또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어쩌면 앞으로도 개발되지 않을 시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다.


 이젠 나도 도시에 익숙해지고 여행도 다 갖춰진 곳으로 가는 게 편하다 보니 성인이 되고는 더 이상 시골을 찾지 않았다. 내게 시골은 언제부턴가 멀고 불편한 곳으로 자주 갈 이유가 없는 그런 곳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 때는 시골을 좋아하는 오빠의 영향으로 오빠네 아이들과 함께 시골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시골여행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두 번째 가는 것이었다. 처음 갔을 때는 겨울이었고 둘째가 겨우 걸을 때라 오랜만에 큰어머니와 동네 어른들 뵙고 인사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엔 아이들도 많이 컸고 또래 친척과 함께라 아이들도 여행 시작부터 신이 났다.


 서울에서 금당도까지 배를 놓치는 일없이 가려면 오전에 일찍 출발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여행을 다녀서 그런지 낮잠 한번 휴게소 한 번이면 5~6시간 걸리는 차 안에서의 길고 지루한 시간도 즐겁게 와준다.  


 녹동항에 도착하면 매 번 가는 항구 앞 식당에서 장어탕을 한 그릇 먹고 차에 배를 싣고 금당도로 출발한다. 


그림  마리에이


 아이들은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뛰어내려 갔다. 시골집엔 방파제가 있고 물이 나면 갯벌이 드러나는 바다라 아이들은 여행 내내 자기 집 앞마당처럼 바다를 이용했다.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께서 나무막대에 낚싯줄을 걸어 낚싯대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아이들은 바로 바다낚시를 즐겼다. 그리고 잔잔한 바다에 보트를 띄우고 낚싯줄에 바늘과 추를 매달아 줄만으로 손낚시를 하는데도 물고기가 잡혔다. 나도 작은 물고기를 두 마리 잡았는데 손맛은 낚싯대를 잡고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우리 아이들은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해 준비된 프라이빗 비치에서 물이 들어오면 수영, 낚시, 보트 타기를 하고 물이 나가면 바지락, 고둥, 게잡기를 하며 바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놀이를 즐겼다. 


 첫째 아이는 물수제비 뜨기를 이 곳에서 처음 성공했다. 


 아이들은 집 앞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미리 쳐 놓은 그물에 잡힌 게와 생선을 구경한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가져와 삶고 구워주시면 그걸로 점심을 먹는다. 또 저녁엔 아이들이 채취한 고둥을 삶아주시면 아이들이 직접 고둥을 깐다. 그걸로 큰어머니께서 고둥 양념장을 만들어주시면 밥을 한가득 담아 비벼 먹는다. 시장엘 가지 않아도 먹고사는 게 가능한 자급자족의 현장이었다.

 


 이른 아침엔 나보다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 시골에선 엄마를 찾지 않고 아이들끼리 마음껏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이 바닷가에서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생활했다. 나 역시 이런 날들이 지속되기를 바랐다. 


 시골은 참 매력적인 곳이다.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 마저도 어느새 당연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시골에 온 다음날 서울에 사는 친척오빠가 시골에 왔다. 친척오빠는 시골에 사는 어릴 적 친구에게 배를 빌렸다. 그 배를 타고 아이들은 바다 곳곳을 누볐다. 지나가는 길에 다른 배를 만나면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물고기는 잡았는지 어디서 잡았는지 물으며 정보를 나누었다. 바다 위에서 만난 오빠와 친분이 있는 아저씨는 직접 잡으신 해삼과 문어를 나눠 주셨다. 아이들은 배 위에서 문어를 만져보고 싶다며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문어를 잡으며 관찰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왜 시골사람들이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시골은 동네 전체가 한 채의 집 같았다. 집 안에서 문을 잠그고 살지 않듯이 마을 전체가 담을 쌓거나 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다. 우리는 여행하며 시골마을을 방문했지만 그 마을을 한 채의 집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시골에 집 한 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누군가의 집 거실 즈음에 집을 짓고 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결정해야 서로에게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한 섬마을 시골여행은 하루하루가 선물 같았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상자 안에선 우리를 위해 준비된 선물이 매일 같이 주어진다. 따뜻하고 감사한 여행이었다. 


 우리 시대엔 이 세상 어디든 돈이면 다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골여행은 돈만으로는 갈 수 없는 가장 가깝고도 먼 여행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림  마리에이



이전 09화 아이의 위대한 탐구생활 캠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