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아이의 부캐> 오늘은 라푼젤이라고 불러주세요!
"엄마! 오늘은 라푼젤이야~"
"응~ 라푼젤~! 머리카락을 내려주렴~~"
"근데 엄마! 공주옷이 없어!"
담요를 가져온 아이의 허리를 둘러 치마를 만들어 주었다. 오늘 아이는 라푼젤이라고 불리며 엄마의 일상 안으로 들어온다.
아이는 라푼젤이라는 이름으로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기억하고 표현하기도 하고 그 이름만으로도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에서 상상하며 놀이한다.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5살 딸이 오늘은 신데렐라를 하겠다고 말하는 날이 좋았다. 하지만 눈치 빠른 아이는 요즘 신데렐라를 잘하지 않는다.
성탈절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아들의 부캐는 루돌프다. 신나게 캐럴을 부르기도 하고 디폼 블록으로 가상의 친구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만든다. 그리고 산타를 태울 썰매를 그리기도 한다. 그래서 난 오늘 산타가 되기로 했다. 엄마인 내가 좋아하는 역할은 아이가 정한 주인공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런데 난 왜 매번 일곱 난쟁이 중에 한 명을 하게 되는 걸까?
아이들은 태어날 때 부모님이 정해 준 이름 만으로 자신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렇게 친구의 별명을 만들어 부르기를 좋아하나 보다. 요즘은 자기 PR 시대니까 친구들이 만들어주는 별명으로 불릴 필요는 없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별명을 만들면 별명이 놀림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