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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어버드 Dec 21. 2020

집주인의 카톡 한 통

지난주 장모님 찬스로 당일치기 강릉행을 다녀왔다. 목적은 바로 부동산 방문 및 동네 분위기 파악이다. 동해에 있을 때부터 자주 가던 강릉이었지만 부동산은 역시 발품이 중요해 직접 둘러보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직접 현장에 방문하니 역시 와보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강릉은 강원도 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인터넷 정보의 접근성이 높은 편이지만 실제 방문하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주변 정보와 이야기를 듣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여정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앞으로의 방향성을 구체화시키고 돌아온 것 같아 돌아오는 길이 아주 즐거웠다. 강릉에 방문하기 전까지 우리의 고민은 다음과 같았다.


1. 구옥을 매매/월세로 구할지 (주거용 or 작업실용)

2. 구옥에서 살며 한편에 작업실 공간을 만들지

3. 아파트를 매매/월세 후 (강릉은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 작업실은 구옥이나 사무실로 따로 구할지

4. 토지를 매매해서 작게라도 직접 집을 지을지

5. 아이와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인지


이런 감성의 구옥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가끔 왜 강릉인지? 강원도로 왜 또 돌아가고자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계속 머무를 건지 강릉으로 갈지 고민이 많았다. 새로운 식구가 생기니 환경을 바꾸는데 전보다 두려움이 생긴 건데 그사이 더는 오르지 않을 것 같던 부동산 매매/전세 시세가 폭등하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새로 생긴 임대차 3법이 있어 지금 사는 집에 2년간 전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며칠 전 집주인께서 내년 5월 전세 만료시기에 직접 실거주를 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내셨다.


"5월 만기인 OO은 저희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해서 계약일 전까지 집을 비워주셔야 되겠기에 연락드렸습니다. 요즘 전세가 없어 곤란하실까 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사이 주변 지역과 서울 및 수도권의 전세는 씨가 말랐고 가격마저 폭등한 상태라 정말이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대출을 더 내고 조금 더 외곽으로 빠지면 (지금 사는 곳은 고양시 삼송입니다) 집을 구할 수는 있을 것 같았으나, 가뜩이나 강원도의 삶과 서울에서의 삶을 계속 저울질하던 찰나에 비싸진 전세 가격은 이곳에서의 삶의 매력도를 급격히 반감시켜 버렸다.


매일 아침 콩나물 지하철에 몸을 싣는 삶도 지치고, 겨울만 되면 근처에서 뭐를 그리 태우는지 (플라스틱 타는듯한 냄새와 탄내가 저녁부터 아침까지 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쁜 건지 등 서울은 변한 게 없는데 내 마음이 변해버렸다. 그렇다고 서울이란 도시가 무작정 싫은 건 아니다. 복잡하긴 하지만 어딜 가던 편리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역동감이 넘치다 보니 인생이 더 활기차지는 느낌도 든다. 직장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선 딱히 선택지가 없었겠지만, 사업을 하고자 하니 굳이 이 비싼 도시에 그 큰돈을 모두 집에 깔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바닷가 앞에서 한번 살아본 그 여유 넘치는 (심리적으로) 환경이 그리웠기 때문인 것 같다.


강릉으로의 여정은 아침 8:30에 출발해서 오후 4:00에 돌아오는 강행군이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다행히 앞으로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원하는 동네를 직접 걸어보고 중개사님과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보니 (여기 사장님도 15년 전에 안양에서 강릉으로 이주하셨다고 한다) 머릿속에 떠다니던 조각들이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1~4번의 옵션 중에 4번으로 방향이 정해졌고 자연스럽게 5번 항목도 충족될 것 같다.


4. 토지를 매매해서 작게라도 직접 집을 짓기


구옥을 보러 갔다 땅을 사기로 결심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지난 동해에서의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조금이나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https://brunch.co.kr/@likeabird103/25


강릉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아 원하는 땅을 구하기까지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막연하던 미래를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던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보고 온 매물은 평수가 조금 작았고 (50평)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조금 더 큰 평수에 (60~70평) 비슷한 매물을 많이 찾아볼 생각이다.


부동산에서 일단 올해는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으니 내년 초까지 조금 지켜보자고 하신다. 5월이 전세 만기인데 그때까지 원하는 토지에 집을 짓기는 조금 빠듯한 시간이라 일단은 강릉에 월세로 살며 원하는 땅을 찾게 될 것 같다. 우리 신생아님이 그때 즈음엔 카시트를 타시려나..

 

코로나 2.5단계로 한산한 안목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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