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창업의 기회 (2)
지난 정부과제 대면평가에 최종 합격해서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게 됐습니다. 아쉬움이 조금 남았던 발표였는데 아무대로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이제 정말 시작이네요 ㅜㅜ
작년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에 있으며 '정부지원사업'이 굉장히 잘 돼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는데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던 터라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정말 한시름 놓았네요. 사업화 지원금을 받는 것도 좋지만 이번 사업 합격으로 로컬로 돌아온 우리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받은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벌써 회사를 나온 지 4년이 넘었어요. 작년에 스타트업 AC에 있지 않았냐고요? 맞아요. 하지만, 저에겐 그 경험이 직장생활의 연장이라기 보단 다음 사업을 위한 중간과정의 의미가 더 컸어요. 그래서 연봉이 기존보다 낮아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지난 4년간의 경험이 지금의 사업 준비에 분명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합격 발표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어요. 목요일에 PT를 진행했는데 그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바로 결과가 나온 거 있죠? 아무래도 점수만 합산하면 결과가 나오니까 그랬던 거 같아요. 문자와 이메일로 최종 합격통보를 받고, 금요일에 최종 결정된 사업화 지원금까지 안내가 왔습니다.
본 사업의 가장 높은 지원금은 5,000만 원이고요, 낮은 금액은 2,500만 원이에요. 등수로 금액이 바뀌는지 업종의 형태에 따라 바뀌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인건비, 시제품 외주용역비, 마케팅비 등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고 대표자의 인건비로는 사용이 불가합니다. 저는 주로 오프라인 시설비, 마케팅비로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 시설비도 외주용역비로 사용 가능한지가 초유의 관심사네요.
자부담 20%(현금 10% + 현물 10%)가 있고, 현물은 주로 대표자의 인건비로 처리하는 것 같아요. 자세한 건 내일 협약식 때 알게 될 것 같아요. 협약식은 주문진에 위치한 (강릉 권역 주관기관) 강원도립대학교에서 열리는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학교에서 바다가 이렇게나 멋지게 보이는 곳이네요. 아무래도 조금 일찍 가서 바다 냄새 좀 맡고 들어가야겠어요.
합격통보도 받았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개인사업자를 낼 땐 심플했는데 법인을 내려고 하다 보니 알아봐야 할 것들이 또 많네요. 법인은 등기를 해야 되고, 주식도 발행해야 하고, 제 인건비도 책정해야 하고.. 또 등기의 내용이 변경될 때마다 수수료가 들어가서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모두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거든요. 비용처리도 훨씬 까다로워져서 요새 세무사분들의 유튜브를 끼고 사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고 저만의 사업을 만들어가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어요. 전 역시 제 사업을 해야 행복한가 봐요. 회사 다닐 때는 뭘 해도 성취감이 안 느껴졌는데 말이죠. (아니 사실 무기력 & 부정적 에너지의 대명사였죠)
이 밖에도 이렇게나 할게 많아요.
I 법인 설립 준비
I 도메인 사이트 알아보기
I 업무협업 툴(+그룹웨어) 조합 시물레이션 해보기
I 오프라인 공간 알아보기(30~40평)
I 인테리어 콘셉트 조사(설계는 친구가, 인테리어 구상은 아내가 도와주고 있어요)
I 홈페이지 기획
I 홈페이지 외주업체 알아보기
I 인력 채용(국가지원제도) 알아보기
I 근로계약서, HR 제도 등 근로기준 세우기
I 웰컴 키트 제작(아내)
I 예산계획 수립
I 대외 영업(최근 춘천 세계주류마켓 대표님, 테라로사 레스토랑 이사님을 뵀어요)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엄청나게 많죠? 여기에 이제 정부지원 교육도 추가되고 육아도 다시 시작될 예정이에요. 한 달간의 주말부부도 어느새 일주일 남았어요. 경포호 너무 좋던데 얼른 아내와 함께 유모차 끌고 산책하러 나가고 싶네요.
아무래도 사업 이야기와 강릉 생활 이야기가 조금 결이 다를 것 같아서 매거진을 새로 만들어봤어요. '로컬 스타트업 도전기'에는 현재 창업을 준비 중이시거나 저희처럼 로컬에 이주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 더 생생한 정보를 나누게 될 것 같고요. 기존 매거진은 강원도의 숨겨진 좋은 공간과 생활 정보를 나눠볼게요.
꼭 사업에 붙어서가 아니라 강릉 생활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서울 수도권과 비교해서 대형 쇼핑몰, 백화점이 없는 걸 제외하고는 딱히 불편함을 못 느끼겠어요. 저는 푸른 바다와 산이 쇼핑몰보다 백 배는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