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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Mar 14. 2017

생일 기분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제목이다. 가사는 이렇다.


  오늘은 나의 스무 번째 생일인데 참 이상한 건 멀쩡하던 기분이

  왜 이런 날만 되면 갑자기 우울해지는 걸까

  난 정말 이런 날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오늘은 나의 스무 번째 생일이라 친구들과 함께 그럭저럭 저녁시간

  언제나처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별 이유도 없이 왜 이리 허전할까

  나 이런 기분 정말 싫어 너희들의 축하에도 이런 기분 정말 싫어

  어제와 다른 것은 없어 그렇지만 기분이 그래

  내일이 와버리면 아무것도 아냐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꽤 놀랐던 것 같다. 나도 이런 기분을 매년 생일마다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생일이라 축하를 받지만 어딘가 한 구석이 허전한 기분이다. 그래서 괜히 더 우울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생일은 욕심이 커지는 날인 것 같다. 생일 = 특별한 날이니까 나는 당연히 축하를 받아야 하고, 그 축하는 아무리 많아도 성에 차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축하해줄 때면 기쁨이 배가 되지만, 축하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사실 제대로 챙겨줘도 그냥 본전 치기 정도이다. 게다가 형식적으로 하는 축하는 차라리 축하를 받지 않는 것만 못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생일에 예전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생일은 특별한가 보다. 나도 모르게 내가 오늘 생일이라는 것을 굉장히 의식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과연 언제 생일이 지나고 나서 "어? 며칠 전에 내 생일이었네." 하고 쿨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하지만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오늘은 예상치도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축하를 받았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축하를 많이 받은 생일인 것 같다. 스물아홉 생일, 찬란하구나. 오늘 제게 한 마디라도 좋은 말을 건네 준 모든 분들, 저를 위해 좋은 생각을 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P.S. 네가 나에게 여전히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나도 너에게 아직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내가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어디에 살든 너는 언제나 내 안에 있을 거야. 나도 항상 너의 안녕을 바라고 너를 응원할게. 쥐금까쥐 그래와꼬, 아패로도 계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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