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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Feb 22. 2017

빠져드는 것

  나이를 먹으면서 뭔가 꾸준히 오랜 시간 하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영화 한 편 보는 것조차 버겁고, 미드를 정주행 한다거나 하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일만 하려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심지어 한 판에 10분 걸리는 게임도 한 곡에 4분 걸리는 음악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금방 꺼버린다. 


  뭘 해도 집중하거나 올인하지 못한다. 덕분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는 않지만, 무엇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기에 즐거움도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한다.


  연애도 그렇다. 뭐가 조금만 안 맞으면 그만둘까,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할 것 같은 기미가 조금만 보이면 그만둘까, 흠뻑 빠지지 못한다.


  하루에 좋아하는 책을 세 권씩 읽던

  영화를 지치지도 않고 세 편씩 이어보던

  다음 권이 궁금해 늦은 밤에 만화책방에 가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사랑에, 사람에 모든 것을 바치던


  그때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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