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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May 17. 2017

계약 만료가 다가온다

  계약직으로 일한 지도 어느새 11개월. 곧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온다. 애초에 계약직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안되면 말지, 좀 쉬었다가 더 좋은 곳 가면 좋지,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초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인사팀에서 전화가 걸려와 잠깐 보자는 말에 가슴이 내려앉고 식은땀이 흘렀다. 인사팀장님을 만나러 가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실제 용건은 계약기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어서 그때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초연은 개뿔이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는 다양했다. 계약이 종료될지, 혹은 정규직이 될지 모르는 11개월 차가 되자 밤에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어느 날은 출근해보니 나 대신 능력 있는 과장급 경력직이 와있는 꿈을 꾸었고, 하루는 독자가 팀장님께 내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묻는 꿈을 꾸었다. 또 어느 날은 다른 팀 팀장님이 나 때문에 우리 팀장님에게 화내는 꿈을 꾸기도 했다. 


  몸도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티가 나는 입술이 부어올랐고,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게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장이 자주 소리를 냈고 가스가 찼다. 체력이 부족하다거나 한 것도 아니고 매일 집에 일찍 들어가서 잘 쉬고 있는데 말이다.


  약속도 점점 피하게 되었다. 누가 보자고 해도 몸이 안 좋다,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현실도피를 하듯 미드를 정주행 했다. 먹는 것도 너무 밝히게 되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 내가 스트레스받고 있구나를 깨달았다.


  고용 불안정이라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매일같이 불안했다. 이래서 비정규직 없애고 정규직 늘린다고 하는 거구나, 싶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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