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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Nov 06. 2015

그저 그런 하루

 다이어트를 한다. 그래서 저녁은 많이 먹지 않는다.

 취업을 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쓴다.


 다이어트는 왜 하고, 취업은 왜 하지?

 행복하려는 거겠지.

 그런데 나는 왜 지금 행복하지 않지?

 살이 쪄서, 직업이 없어서?


 겨우 그런 이유 때문일까?

 날씬해지고, 직업이 생기면 행복해질까?


 예전에 대학교 때 들었던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라는 수업에서 담당 교수님이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인자는 50%는 타고 나는 거고, 나머지 50%는 환경적 요소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행복의 반은 자기가 가꿀 수 있는 거니까 행복은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고, 교수님은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0인 사람과 50인 사람의 게임은 너무 잔인하다.

 0인 사람은 있는 힘껏 노력해봤자 최대한 50 행복한 건데

 50인 사람은 이미 늘 앞사람이 힘껏 노력한 만큼 행복하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건 이제 당연함을 넘어서 진부하기까지 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와, 이건 너무하잖아.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기껏 노력해봐야 절반의 행복밖에 얻을 수 없다는 걸.

 그렇게 태어났다는 걸.


 애써 생각해 본다.

 나 같은 사람도 하나 있어야지, 다 똑같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하지만 결국 행복하지 못한 나는, 밝은 사람만 좋아하는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가면을 써야 한다.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다.


 가면 속은 숨이 막혀와서,

 가면 아래로 나는 숨쉬기 위해 발버둥 친다.

 마치 물 속에서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다는 백조처럼.


 오늘도 또, 그저 그런 하루가 지난다.

 행복하려고 최대한 노력해봤자 50만큼만 행복한, 결국 그저 그런 하루.

 내게는 완전한 행복이란 없겠지.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니 너무 행복하다.

 이럴 일은 평생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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