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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Dec 08. 2015

평일 오후, 스타벅스

 오늘도 카페에 자리를 얻느라 두 번을 움직였다. 평균 한 번 정도는 카페에 들렀다가 자리가 없어서 도로 나오는 것 같다. 신기한 일이다. 대체 평일 오후, 모두가 일하고 있을 이 시간에 누가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 걸까? 나 같은 백수가 아니라면. 이러니까 아무리 카페가 포화시장이라도 카페를 열려고 하나 보다.


 두 번째 스타벅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오늘은 광화문이라 그런가, 사원증을 목에 건 사원들이 많다. 아마 잠시 나와서 잡담을 하는 모양이다.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떠드는 것 같은데, 이래 놓고 밤에는 일이 많아서 야근한다며 투덜거리겠지.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도 눈에 띈다. 좋을 때다. 아주머니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 보이는 삼십 대 여성들이 모여서 수다판을 벌이고 있다. 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잠시 쉬는 걸까? 그리고 나 같은 뭐하는 지 모를 젊은이들이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일까, 프리랜서일까, 학생일까,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소위 '금수저'일까?


 회사 다니는 동안은 평일 오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부러웠는데, 막상 그 입장이 되고 나니까 마음 한 켠에 있는 불안 때문인지 이것도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남들은 일이든 뭐든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뭘 하는 지 모를 부표가 되어 떠돌고 있는 것 같은 불안. 그것이 늘 어디엔가 잠자고 있다가 문득문득 깨어나곤 한다.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가을 햇살이 따뜻하니까, 지금을 즐겨 본다. 커피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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