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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Jan 02. 2019

불가침한 행복

문득 지나온 날을 돌아보니,

가장 행복했던 때는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였던 거 같다.

그때까지는 괴롭다는 기억이 하나도 없다.


꽤 조숙한 아이여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마음은 사회적인 게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남을 배려하는 와중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할 줄 알았다.


지금은 오히려 반대인 것 같다.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래야 하니까.

사회적인 의미에서 남을 배려하기 때문에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참는 것. 그게 일상이다.


인간과 사회, 즉 정치 같은 것에 대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눈을 뜨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어릴 적만큼 완전한 행복을 누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이후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냐고 물으면

서로 정말 사랑했던 연인과 만났던 첫 1년이다.


대학생 때라 시간은 많았지만 늘 돈이 부족해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도

그때는 그냥 온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 사람과 잘 맞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맞는 부분이 훨씬 많았고

안맞는 부분은 서로 이해하고 맞춰갈 만큼 

우리는 아직 어렸고, 유연했고 서로를 깊이 사랑했다.


그 사람과 결국 7년간 만났는데

물론 끝까지 참 좋은 사람이었고 행복한 연애였지만 초기만큼의 황홀한 행복을 다시 얻지는 못했다.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초기에는 사랑에 빠진 자의 호르몬 같은 게 나왔겠지.


하지만 이때의 행복은 일시적인 행복이었다.

어릴 때처럼 쭉 그냥 행복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잘 지낼 때만 행복한, 남에게 달려 있는 조건적 행복인 것이다.



이제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남이 행복을 가져다주기만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 일정한, 침해받지 않는, 그런 행복을 매일 누리고 싶다.


인형처럼 예쁘게 꾸미고 앉아 나에게 행복을 줄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행복. 

누군가 나를 압박하고 상처 입힌다 해도 스스로 지켜낼,

뿌리가 내 안에 단단히 박혀 있는 그런 행복 말이다.


물론 사람들과 잘 지낸다거나 연애를 한다는 건 아주 큰 행복이지만,

어느 한 사람에게 나의 행복의 지분을 매우 많이 떼어주지 않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이 사라졌을 때 무너지지 않을,

불가침한 그런 일정한 행복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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