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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Nov 15. 2020

문제는 꼭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곳에서 터진다

#백수일기 25일차_2020년 11월 13일

  오랜만에 전 회사 친구를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다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사실 내가 한 말 때문에 좀 괴로웠다는 얘기였다. 인간관계는 퇴사 후 시작하는 이런저런 일들에서 모두 초보(=조팝)인 내가 요즘 가장 자신 있다고 여기는 분야였기에 더욱 놀라웠다.      


  이제는 내가 자기를 걱정해서 한 이야기인 걸 알지만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다, 이제는 괜찮아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걱정이라는 명목 하에 던지는 말들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상처를 입어왔는가. 그걸 잘 아는 내가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똑같이 경솔한 말을 했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나를 앞으로도 계속 좋은 친구로 만나고 싶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은 말들이 쌓일수록 관계는 불투명해지고 할 수 없는 말은 늘어간다. 용기를 내어 말해주어서 고맙고 다행이었다. 

    

  예전에 비해 친구가 많아지고,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문제는 꼭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곳에서 터진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건 행운이고, 아직 나는 그 정도로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당분간은 입을 좀 조심하고, 섣부른 판단이나 걱정 대신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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