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둘 때 필요한 건 용기와 사직서만이 아니다

퇴사계획서 작성법 - 프롤로그

by 고양이과인간

총 직장 생활 경력 7년 2개월. 첫 번째 직장 경력 2년 3개월, 두 번째 직장 경력 4년 11개월. 나는 퇴사했다. 두 번째 직장에서 5년을 채우고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의미 없다는 결론에 과감히 사표를 냈다.


퇴사를 앞두고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다니던 회사는 소위 말하는 ‘좋은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위치도 좋았고, 워라밸도 나름 지켜지는 편이었다. 직원을 아예 기계처럼 대하지도 않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갱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소위 ‘또라이’도 없었다.


여기까지 말하면 ‘괜찮은 회사 같은데, 왜 그만두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퇴사자는 늘 발생한다. 이 회사에서도 퇴사자는 매년 발생했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도 퇴사를 해야 할 이유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퇴사 후 7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글을 완성하고,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늦어졌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기쁘다.


우리 모두에게는 퇴사의 이유가 있다. 사람이 100명이라면 퇴사하는 이유도 100가지다. 몇몇 이유는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는 납득하지 못할 이유처럼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 즉 ‘겨우 그런 이유로 회사를 그만둬?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같은 말들을 듣다 보면 괜한 불안이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


‘정말 내가 그만두는 게 잘하는 짓일까? 남들은 잘 다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경기도 어려운데, 그냥 더 다닐까...’


이럴 때 나는 ‘퇴사계획서’를 써보기를 권유한다. 퇴사 전, 나는 퇴사계획서를 작성했다. 이것 덕분에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고, 수많은 반대 의견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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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계획서란 간단히 정의하자면 ‘퇴사 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퇴사 전에 생각과 정보를 정리하는 문서’이다. 계획서는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퇴사 결심 전에 생각해야 할 내용을 정리한다. 내가 정말 퇴사를 하고 싶은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대안은 없는지 알아본다. 2부에서는 퇴사 결심 후 준비해야 할 내용을 정리한다. 퇴사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퇴사 전에 미리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퇴사 후에는 어떻게 지낼지 계획한다.


퇴사를 고민한다면 꽤 힘든 상태일 것이다. 힘들어 죽겠어서 퇴사하는데 무슨 계획서까지 써야 하는지, 귀찮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일주일에도 몇 건씩 계획서와 보고서 등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다. 회사를 위해서, 돈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서 계획서 하나 쓰기 싫어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퇴사계획서가 적절한 퇴사 시기와 퇴사 전후로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주고, 퇴사 후에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나는 퇴사계획서를 쓰고 난 뒤 최적의 퇴사 시기를 정했고, 결과적으로 퇴사를 고민했던 시점부터 퇴사를 실제로 실행하기까지 약 1년 동안 더 근무했다. 그 덕에 아쉬움 없이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하고 준비했기에 불안감이 생겨도 마음을 금세 다잡고, 하고자 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었다.


또한, 작성한 퇴사계획서는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가족들은 퇴사를 하겠다고 하면 일단 만류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하다간 큰 싸움이 날 수도 있다. 이때 열심히 적은 퇴사계획서를 보여주거나 내용을 설명해준다면 가족을 이해시키기 쉬워진다.


자기 인생에 대한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으므로 꼭 가족을 설득하고 나서야 퇴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당연히 차근차근 설득하는 편이 좋다.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퇴사계획서를 내밀었을 때 “네가 이렇게까지 많이 고민하고 준비한 줄 몰랐어. 네 뜻대로 해.”라고 말해줄 것이다. 일단 내가 부모님을 그렇게 설득했다! (지금은 다시 취업하라고 하기 시작하셨다...)


나는 퇴사 관련 전문지식 같은 것은 따로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퇴사계획서를 작성한 후 퇴사를 했을 뿐이다. 여기 쓴 퇴사계획서 또한 누구나 퇴사 전에 한 번씩 생각은 했지만 글로 정리하지 않았던 것을 한데 모아 정리해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는 어떤 퇴사가 좋은 퇴사고, 어떤 퇴사는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나 가이드는 없다. 모든 퇴사는 개별적인 삶의 가치 내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 각자 자신의 삶을 정확히 고민하며 각자의 퇴사를 판단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퇴사계획서 양식만이 있을 뿐이다.


그저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 지금부터 <퇴사계획서 작성법> 연재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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