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카페에 가려고 하다가, 오늘은 그냥 집에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평일에 스카에 굳이굳이 가는 이유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면서 일하다 일이 끝나면 도저히 다시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쓸 힘이 없어서가 가장 큰데, 오늘은 주말이라 오전 내내 놀았기 때문에 조금 힘이 있다.
최근에 알게 된 유튜버 드로우앤드류라는 사람이 있다. 자기계발 영상을 주로 올리는 유튜버인데, 영상을 보다 보니 뭔가 ‘나도 할 수 있어!’ 이렇게 뿜뿜하는 마음과 ‘얼른 해야 하는데!’하는 조급한 마음이 겹쳐진다. 그래서 오히려 머릿속이 더 어지러운 것 같다. 자기계발류의 영상이나 책은 모두 그렇다. 잘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부작용으로 자기혐오를 심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뭐라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소설을 너무 쓰고 싶은데... 이미 감성 같은 건 하늘나라로 간 지 오래다.
요즘 카피를 잘 쓰고 싶어서 <누구나 카피라이터>라는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정작 카피 쓰는 법은 대충 보고 넘겼으면서 다른 문장에 꽂혔다.
“술이 감성 과잉을 낳는다지만 우린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안에는 과잉을 걱정할 만큼의 감성이 이미 없으니까요. 이성만 득실득실.”
저 문장이 뭐라고, 너무 좋아서 하이라이트 포스트잇을 쫙쫙 붙여 두었다. 어느새 정말 감성은 사라진지 오래고, 이성만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 어릴 때는 그렇게 쉽게 느껴졌던 소설 한 문장도 쓰지를 못하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역시 카피라이터라 그런가 문장이 좋다. 이성만 '득실득실'이라니. 나는 언제 저렇게 좋은 표현을 써보나. 좋은 표현이든 뭐든 쓰려면 글을 써야지. 아 역시 글을 써야겠어. 다시 강박의 시작이다.
어쨌든 오늘분의 주저리를 마친다. 이 다음에 부디 컴퓨터를 끄지 않고 글을 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