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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과인간 Jan 03. 2017

가라앉는다

가라앉는다 끊임없이

매일 조금씩 더 가라앉는다

이렇게 가라앉다 보면 언젠가는

내 밑바닥이란 걸 보게 되는 걸까

그러면 어른이 되는 걸까

아직도 나는 다 크지 못한 걸까

아니, 애초에 다 큰다는 게 어딨겠어


깊이 더 깊이 가라앉는다

숨을 쉬는 게 버겁다

수면 위 공기를 마셨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물 위 태양은 여전히 떠 있어서

아른아른 빛이 흘러내리는데

내가 햇빛을 쬔 적이 있기나 한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가라앉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럴수록 다시 헤엄쳐 올라가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몸이 무겁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력하다


가느다란 노랫소리 하나에도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눈물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으니까

오늘도 그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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