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과인간의 지조가 있는 고민상담소 3
Q: 옮긴 직장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너무너무 힘들고 바쁜 회사를 다녔습니다. 월급은 많이 주는 대기업이었지만,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갔죠. 제가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과감히 그만두고 제가 전부터 관심 있어 하던 업종의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연봉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업무 강도도 전보다 낮아졌고요. 하지만 이제 일 년 조금 넘게 다니다 보니 이곳도 별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관심 있는 업종인 건 맞지만,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시킨 일을 해야만 해요. 게다가 안 맞는 상사와의 트러블도 있고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 비하면 낫다고 생각은 하지만, 출근하기 싫어서 아침마다 괴로워하며 눈을 뜨는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차서 또 직장을 옮기지도 못해요. 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인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A: 걱정 마세요, 지극히 정상입니다. 나아졌다면 운이 좋으신 거고요.
회사가 질문자님에게 돈을 받지 않고, 돈을 주죠? 회사에서는 왜 질문자님께 돈을 주면서 일을 시킬까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질문자님 좋으라고가 아니에요. 그러니 회사에 다니면 회사에서 시킨 일을 해야 하고, 질문자님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돈을 내야지, 돈을 받을 수는 없는 거죠.
안 맞는 상사와의 트러블은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일 거예요. 내 상사가 정말 좋다! 고 말하는 직장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싫다. 혹은 이 정도면 최악은 아니다, 정도는 본 적이 있지만요. 일적으로 부딪히면 좋은 사람으로 남기가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혹시 상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여하튼 나에게 일 주는 사람은 싫은 거예요. 어쩌면 당연한 거죠.
하지만 질문자님, '전 직장보다는 낫다'라고 하셨죠. 저는 여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어쨌든 발전이 있었던 거니까요. 100퍼센트 나에게 꼭 맞는 직장이란 없어요. 자기 자신에게도 100퍼센트 만족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에 다니던 직장이 50퍼센트 맞았고 지금 다니는 직장이 60퍼센트 맞다면 어쨌든 10퍼센트는 더 행복에 가까워진 것 아닐까요? 발전하신 거예요. 하고 싶었던 업종이라고 하셨으니, 일단은 조금이나마 발전했다는 사실을 마음에 품고 이 일을 계속하시면서 경력을 더 쌓아 보세요. 그러다 보면 70퍼센트 맞는 회사로 이직할 기회도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정말 본인이 회사형, 조직형 인간이 아닐 확률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프리랜서로 전환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지는 않아 불안정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굶어 죽지는 않을 거예요. 프리랜서로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실 수 있는지 고민해 보시고 공부해서 실력을 쌓으세요. 그리고 조직에게 과감히 이별을 고하세요.
정답은 질문자님 안에 있답니다. 처음 직장을 옮기셨을 때처럼, 깊이 고민해 보세요. 깊은 고민 끝에 그래도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신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질문자님이라면 좋은 선택을 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