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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Mar 14. 2020

존 포드와 문혜란의 서신 교환

1959년 5월 “「허리우드」의 거인 「죤·포-드」 감독이 예고도 없이 신록의 서울을 찾아왔다” 존 포드의 방문 목적은 한국전쟁 중 촬영한 바 있는 <Korea>(1951)에 이어 “전란의 도가니속에서 진동하던 그 당시의 한국과는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미국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동아일보』, 1959.05.03.) 그런데 포드는 체한(滯韓) 당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포드의 아시아 여행 중 가장 극적인 에피소드는 한 아리따운 한국 모델 겸 배우인 문혜란과의 열애관계(romantic entanglement)였다. 5월 7일, 포드가 서울의 경복궁으로 순시를 했을 때, 혜란은 여학생들을 에스코팅하고 오브라이언(O’Brien)과 대화하는 투어 가이드 역할을 했다. 포드는 도쿄와 진주만으로 떠난 후, 혜란에게 영화 메이크업 용품과 한국에서 그들의 사진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냈다. 궁에서 찍힌 가장 친밀한 사진에서는, 포드가 메이크업 연필을 직접 잡고 그녀의 입술을 그리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오브라이언과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포드가 혜란의 얼굴을 잡고 디렉팅을 하고 있다.
다음 여덟 달 동안, 혜란은 포드에게 사랑의 편지를 쏟아 붓는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눈을 감고 우리가 나눴던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며 제 스스로를 보듬어요. 당신(Darling), 그대는 제게 행복을 포함한 많은 것을 줬어요. 나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저에게서 떠나지 마세요. 당신이 제 삶이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포드가 편지를 자주 하지 않았기에, 혜란은 걱정되었다. 결국, 그는 포드의 영화 건 다른 영화건,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포드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리고 그때, 둘의 서신교환은 급박하게(abrupt/인용자 : 포드의 ‘무뚝뚝한’ 성격을 함의하기도 한다.) 끝나버린다. (Joseph Mcbride Searching For John Ford에서 필자가 번역)    

 

포드는 롱고의 세레나데에는 넘어가지 않았으나, 그는 곧 그로서는 드문 일에 휘말리게 된다. 문혜란이라는 여자와의 일이었다. 매력적인 삼십대 중 후반의 여성 문혜란는 포드와의 삼일에 정신없이 취해버렸던 것으로 보인다. 포드가 미국으로 돌아왔던 1959년 후반부터 1960년 초반, 문혜란은 열렬한 사랑의 편지를 보냈었다. 
문혜란의 편지에서 따르면, 포드가 처음에는 곧잘 그에게 편지와 선물로 대답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문혜란은 솔직했다. 아마 문혜란 자신의 마음에 너무 취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먼저,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이어 문혜란은 포드의 주둔에 대한 한국 잡지 보도에 대한 이야기와, 포드의 사진에 얼마나 자신이 함께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며칠 후, 문혜란은 2주 동안이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포드를 힐난하며, 이렇게 편지를 끝맺는다. “제 모든 사랑과 삶은 당신의 것이에요.” 포드가 편지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는 점은, 둘의 관계가 일방향이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포드는  마이클 킬러닌(Michael Killanin)과의 편지에서 혜란과의 관계를 은근히 암시한다. “저는 또 한 번 아시아 발 감기(Asiatic Flu)에 걸렸소... 이번에는 몹시 지독하오.” 여기서 “또”는 문혜란이 첫 번째가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혜란은 의심없이 그의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문혜란이 지금까지 얻어온 감정적 유대는 1960년 2월 2일에 완전히 사라진다. 문혜란은 포드에게 그가 얼마나 그리운지를 말하며, <수지 웡의 세계The World of Susie Wong>에 출연하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포드는 아마 그의 무뚝뚝한(abrupt) 스타일로 답변했을 것이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마라고, 편지를 끝맺기 위해. (Scott Eyman의 Print the Legend에서 필자 번역)     

Scott Eyman이 소개한 것처럼 문혜란과 포드의 인연은 한국 잡지에도 소개되고 있다. 『씨네마팬』 1960년 3월호는 「문혜란양을 통해본 명장 죤 포오드 감독 – 10회의 서신왕래 그 내역은?」이라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에는 Joseph Mcbride가 말한 “가장 친밀한 사진” 즉, “포드가 메이크업 연필을 직접 잡고 그녀의 입술을 그리고 있는” 사진이 담겨 있다.     



        

“먼저 문양에게 <포오드>의 눈이 이끌리인 것은 문양이 입은 옷이었다. 흰 바탕에 초록색 끝동을 단 우아한 한국옷-. / 포오드는 먼저 흰빛에 대한 것을 물었다. 흰빛은 백의민족인 한국의 상징임을 문양은 설명했다. / 그런데 녹색은 자기네 나라의 빛갈이라고 말하며 흰색과 퍽 잘 어울린다고 반가워하더라는 것” (「문혜란양을 통해본 명장 죤 포오드 감독 – 10회의 서신왕래 그 내역은?」)     


또한 이 기사는 존 포드와 문혜란이 첫 만남을 소개하고 있다. 존 포드는 아일랜드 국기를 상기시키는 문혜란의 흰색/녹색 조합 옷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혜란을 자리에 줄곧 붙잡았다는… 뭐,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존 포드가 1950년대에 한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고 영화를 찍은 것도 무언가 초현실적인데, 그 중 한 명과 썸(?) 비슷한 것도 탔다니… 흥미로워서 번역 및 자료를 소개해 보았다. 그런데 자료를 구하다가 1935년생이신 문혜란 배우가 여전히 생존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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