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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Oct 24. 2020

『아카이브 프리즘-2호』에 「김기영 연보」를 썼다.

한국영상자료원 기관지 『아카이브 프리즘-2호 다시 <하녀>』에 「김기영 연보」를 썼다. 연보는 평전 작업의 끝에서 자연스럽게 산출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평전 작업을 시작조차 못한 상태에서 연보부터 내놓게 되어 조금 부끄럽다. 이런 맥락에서 「다시 쓴/쓸 김기영 연보」로 제목을 지어보기도 했으나… 너무 자아를 노출하는 것 같아 관뒀다. 그러나 연보 작업을 끝내고나서야 살펴볼 수 있었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25년사』에 수록된 「동문현황」에 김기영의 이름이 없는 바, “1950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를 졸업”(118쪽)이란 서술은 이미 위태로워지고 있다. ‘다시 쓸’을 붙였어야 했다… 그러니 이 블로그를 통해 『아카이브 프리즘』을 펼치신 분이 계시다면, 「다시 쓴/쓸 김기영 연보」라는 제목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언제쯤 다시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끄러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기영 연보」를 서둘러 쓴 이유는 물론 있다. 「김기영 연보」 말미에 “금동현 영화 연구자”라 적혀 있지만, 기왕에 내가 보낸 저자 약력은 “영화와 영화의 역사를 공부한다. 언젠가 김기영에 대한 평전을 쓰고 싶다. 김기영에 대한 기억을 공유 받고 싶다.”였다. 약력(略歷)의 본의와는 다르지만, 약력을 간추린 저자 소개로 받아들이는 일반의 기준에서 나는 저렇게 소개되고 싶었다. 그리고 저 소개를 통해서 “김기영에 대한 기억을 공유 받고” 싶었다. 평전의 서론에 길게 덧붙여진 ‘OO가 XX를 공유해줬다.’가 나에게도 정말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공유받기 위해서라도, 기억 혹은 역사의 흔적에 다가갈 수 있는 위치를 언젠가 얻기 위해서라도, 나한테 이 글은 필요했다.     


아무튼, 부끄러운 기획이지만 「김기영 연보」가 나쁜 연보는 아니다. 어쨌든 현재까지 김기영 전기(傳記) 기록 중에는 소위, ‘1차 자료’들을 가장 많이 확인했다. 이를테면-가슴 아프게도 같은 책의 「영향 influence」 코너(88~92쪽)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대학 시절 김기영이 자연주의 연극을 했다는 기왕의 서술이 반복되어 왔으나, 나는 공연 실황을 찾아 그의 연극이 ‘표현주의’에 가까웠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1947년 (후일 프로이드를 소개하며 사이코드라마를 한국에서 처음 공연한) 정신의학자 강준상과 김기영의 친분을 확인하여, 김기영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프로이드’와의 거리를 조정하기도 했다. 나는 한국영화사에서 ‘김기영’이라는 인물이 가진 탈역사적 위치를 역사 안으로 재조정하고자 노력했고 하고 있으며, 이를 연보 작업에서도 은근히 드러내고자 했다.     


「김기영 연보」에 관심이 있건 없건, 『아카이브 프리즘-2호 다시 <하녀>』는 흥미로운 책이다. 기획과 편집이 인상깊다.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https://www.kmdb.or.kr/story/webzine/1096       



     

P.S.) 



『아카이브 프리즘-2호 다시 <하녀>』에는 「소품 objects」 코너(45~54쪽)가 있다. <하녀>의 물체들objects이 굉장히 흥미로운 바, 참 재밌는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하녀>를 여러 차례 보며 주목했던 소품이 하나 안 나와 아쉬웠다.                



바로 피아노방에 위치한 ‘Feather your nest’라는 포스터. Feather your nest의 뜻은 ‘부유해지다.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부유해지다. 하녀-오명숙의 방법론? 혹은 동식 가족의 방법론? 이쯤에서 <하녀>의 가장 어처구니없는 대사. “내 탓(동식이 하녀-오명숙과 간통한 일)만은 아니야. 집을 왜 짓자고 했어? 오히려 셋방에서 있었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났어. 당신은 왜 돈 벌이에만 정신을 쏟느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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