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기관지 『아카이브 프리즘-4호 인터뷰 이슈』에 참여했다. 나는 촬영감독 정일성, 영화감독 이장호의 구술에 각주를 덧붙였다. 한국문화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각주만 참조하면 쉽게 읽히도록 노력했다. 도움은 주되 묻어나지는 않길 바랐다. 사후 작업 일부에 참여한 것에 불과해 할 말은 없다. 기존 외부 게재에 대한 포스트와 달리, 작업 자체가 독자 일반이라는 상상의 집단에 우선 기대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일성의 각주를 더 잘 달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던 날은 괜히 말하고 싶다. 정일성은 1929년 태어났다. 영화는 미공보원 근무 중 공군 홍보 영화 제작에 참여하면서 시작했다. 1961년에는 <구름이 흩어질 때>(이봉래, 1961)의 촬영을 맡았고, 1972년에도, 1979년에도, 1980년에도, 1987년에도 영화를 찍었고, 1991년에는 <개벽>(임권택)을 촬영했다. 정일성에 앞서 (각주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식민지와 전쟁과 독재와 민주화와 그 그림자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결 할 수 없기야 하겠지만-보편성을 확보할 수도 없고, 보편 아래 상대적 특수성은 닿을 수조차 없다-그 시기를 이해하는 데 적합한 책을 위해, 나는 서가 사이를 오래 걸어야했다. 그리고 그 서가들을 포괄하는 상위 주제-이를테면 조선의 1930-40년을 포괄하는 1492년부터의 이야기-에 대한 책 탑들의 높이를 상상하며, 괜히 기함했다. 그리고 거기서 20세기의 산물인 영화에서 ‘한국적’이란 무엇이었는지, 에 대해 잠깐 고민하고 왜 임권택과 이청준은 전통과 근대를 따로 또 같이 그렇게 그려냈는지에 대해서 잠깐 생각했다.
아무튼, 『아카이브 프리즘 4호-인터뷰 이슈』에 실린 구술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나는 과거의 한국영화 감독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김홍준이 한국영화가 비평적 미개척지라고 이야기한 것에, 여전히 유효한 구석이 있다고 믿는다. 윤리적으로, 아니 무엇보다 전략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이장호」 구술의 한 부분에 대해 누군가, 생각해주면 재밌겠다. 이장호는 영화 <너 또한 별이 되어>(1975)를 연출할 때를 회고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때 심령과학 책이 좀 유행을 했었어요. 심령과학이라는 게 사람들한테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그럴 땐데. (중략) 『엑소시스트』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그 책을 사서 읽었죠. 근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시나리오 라이터한테 내가 이런 이야기로 나가면 참 좋을 것 같다.”(104쪽) 이장호가 읽은 『엑소시스트』는 하길종이 번역했다. 『엑소시스트』와 <엑소시스트>는 한국영화사에 무언가를 한 것 같다.
『아카이브 프리즘 4호-인터뷰 이슈』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kmdb.or.kr/story/webzine/1100
P.S.) 해당 잡지에 실린 인터뷰는 구술 전문이 아니다. 구술 전문은 KMDb의 한국영화사료관 → 구술채록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