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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Jul 08. 2021

명동잔혹사



위 gif는 옴니버스 <명동잔혹사>(1972)의 세 번째 편 <대결>에서 희(박지영)가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다. 임권택의 결단으로 <짝코>(1980), <길소뜸>(1985), <춘향뎐>(2000)의 프레임 아웃이 소개되는 경우는 자주 봤는데, <대결>은 왜 소개되지 않은 걸까?  (정성일조차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에서 다루지 않는다.)


임권택은 <춘향뎐>의 프레임 아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뒤를 보면 잔혹한 것 밖에 보이는 것이 없어요. 그 고문 현장의 참혹한 것을, 그러니까 앞에서 그만큼 보인 것도 상당히 긴 길이로 보인 거요. 나머지는 유추해가면서 충분히 볼 수가 있다고, 그러면서 참혹한 그런 현장을 찍어내서 관객들한테 뭐인가 끔찍한 것을 남길 이유가 없다고요."(『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2』, 441쪽) 임권택이 2000년대 한 말을 1972년으로 소급할 수는 없겠지만, 위 <대결> 장면 속 카메라의 멀어짐, 차폐 등이 다른 이유로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1960년대 다찌마와 리 영화를 지나, 1970년대 초 임권택 영화에는 '손을 씻는' 인물-<원한의 거리에 눈이 나린다>(1971), <돌아온 자와 떠나야 할 자>(1972)-이 등장했다. 임권택은 그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영화" <잡초>(1973를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생각해보면 <대결> 앞의 두 영화 <시끄러울 것잉께>(변장호), <갖고싶은 여자>(최인현)의 결말에서 여성은 쓸 데 없이 죽는다. 남자를 지키려고 몸을 던져 총알을 막지만, 바로 다음 탄환에 남자가 죽어버린다(<시끄러울 것잉께>), 자신을 갖기 위한 두 남자의 싸움을 막기 위해 자살하지만, 바로 두 남자가 싸움 끝에 죽어버린다.(<갖고싶은 여자>) 임권택은 무엇이 부끄러웠던 걸까? 희는 자살하지만 상(김희라)는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경찰에 자수한다. 이제 소영(현희자)은 평화로운 명동에서 꽃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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