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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May 07. 2022

<우연과 상상>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로서 쓴 프리뷰. 프로그래머 님께서 분량에 맞게 줄이느라 애썼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그래도 좀 마음에 들어서 남겨둠!






해피아워(2015)에는 버스를 탄 준이 처음 만난 사람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나는 그 장면을 좋아한다생각해보면 이만희의 태양 닮은 소녀(1975)에도 모르는 사람을 모아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나는 왜 그런 장면을 좋아하지아무튼그런 장면의 상상력을 전제 삼아 만든 것이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 ‘3다시 한 번이였다그러므로 3부의 내러티브를 주절주절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그 착각과모름과자유와그 중첩에서 발생하는 우정은 말할수록 시시해지니까.


그러니 차라리 다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만다 쿠니토시와 만다 타마미는 박진희와의 인터뷰에서 일상의 신체가 연기를 거부한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일상적인 장면에서 그 신체의 동선이나 움직임이 그 실제-일상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우연과 상상의 ‘2문을 열어둔 채로에서 사사키가 침대에서무라야마가 바닥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그러한 맥락으로 보였다사사키가 무라야마 쪽으로 눕자무라야마는 사사키 쪽이 아닌 사사키가 누운 쪽으로 자세를 고친다이것은 등을 지는 행동일까감정의 동기화일까이런 오묘함은 무라야마를 이중화하여이후의 틈을 예비한다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자극되는 순간이다이런 맥락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에서 가장 노골적인 것은 피부가 닿는 장면이다접촉이라 부르기에는 내면의 불투명함이 있으며살갗이 닿는다고 폄하하기에는 도타운 구석이 남아있는 탓에하마구치 류스케 영화에서 피부가 닿는 순간들손잡기안기 등은 묘한 긴장을 동반한다드라이브 마이 카가 눈 뜨고 안기라는 행동으로 탁월하게 집약한 것이바로 이 이중성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연과 상상」 ‘3다시 한 번의 마지막 포옹은 탁월하다그들은 불신할 깊이가 없기 때문에내면에 대한 불신 없이 오롯이 접촉의 순간을 향유할 수 있다, 3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았다그러나 이 또한 우연과 상상의 주제이니고치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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