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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Dec 30. 2022

동심초

https://youtu.be/jmYqg2UwQOQ



〈동심초〉(신상옥, 1959). 상규(김진규)와 숙희(최은희)는 서로 사랑하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상규에게 약혼녀가 있으며 숙희가 소위, ‘전쟁미망인’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자 숙희의 딸(엄앵란)을 제외하면 그들의 사랑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 신상옥 영화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찾아보기는 쉽다. 최은희는 종군 부상자(이자 가정폭력범)인 김학성과 헤어지고 1954년 신상옥과 결혼했다. ‘봉건 윤리와 근대의 대립’같은 주제는 그 이전에 신상옥과 최은희가 겪고 있었고 부딪쳐야 할 문제였다. 



이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동심초〉는 “‘꿈의 장치”를 쓴다. 한창호는 사회적 평판을 피해가면서 둘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썼다.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같은 들을 배경으로, 두 사람은 사랑을 고백하고, 상규는 숙희를 간절하게 끌어안는다. 바람에 몹시 일렁이는 풀처럼 두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고, 관객의 마음도 흥분된다.”

(https://www.kmdb.or.kr/story/10/1135




정종화도 이 꿈 장면의 매혹성에 대해 썼다. 「매혹적인 두 번의 꿈 장면」 정종화는 한창호가 묘사한 장면에 더해, 하나의 꿈―상규가 “꿈이었군요”라고 직접 말하기까지 한다―장면을 더 묘사한다. (https://www.kmdb.or.kr/story/152/3203


마음의 병으로 상규는 몸져눕는다. 기차역으로 가기 전 이 여사는 상규의 집으로 찾아간다. “상규 씨가 대단하시다면서요.”라고 입을 떼자 상규의 누이는 정말로 사랑한다면 나타나지 말라고 설득한다. 이 여사는 ‘외로워서’ 재가할 것이고 시골로 내려간다고 말한다. 둘의 미디엄 쇼트로 진행되던 쇼트가 살짝 앵글을 바꾼다. 둘을 확대한 니(무릎 위) 쇼트. 이 여사가 다시 묻는다. “상규 씨가 대단하세요.” “응. 조금 전에 잠들었어. 들어가.” 누이는 자리를 피해주고, 이 여사는 잠든 상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마음의 목소리로 “진실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바로 이어지는 쇼트는 잠자리에서 괴로워하는 상규의 바스트다. 그가 시선을 돌리자 카메라도 틸트한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건 이 여사가 아니라 그의 누이다. 상규가 누가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누이는 “누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말한다. “꿈이었군요.”


그런데 이 두 번째 꿈과 첫 번째 꿈은 같을까? 


첫 번째 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관 보이가 손님이 오셨어요, 라고 말하자 숙희가 와 있으며. 상규는 바깥으로 나가 숙희와 함께 갈대밭을 걷고, 사랑을 고백하고, (아마도) 섹스를 한다. 



그러나 두 번째 꿈은 가능한 현실의 범위 안에 있다.





그러므로 숙희와 상규의 마지막 시선 교환에는 여전히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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