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레나룻이 잡아 당겨지는 기분. 나는 2022년 내내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에게 파울 클레의 ‘새로운 천사’가 어떻게 보이나요? 제게는 머리칼이 마구 잡아 당겨지고 있지만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런 기분이 든 것은 2022년 내가 한 활동들이 때때로 모순된 태도를 요구했기 때문인 것 같다. 편집자, 평자, 운동가, 역사가. 엄밀함을 의도적으로 눙친 다음 날, 엄밀함을 극단적으로 추구해야 했다. 나에게 가까운 것들을 체계화 하다가도, 그것들 실제의 정황을 살펴봐야 했다. 이것은 지적으로 꽤 힘든 활동이었다. 그렇지만 2023년의 나는 꼭 그렇게만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은 엄밀함을 더 극단적으로 추구할수록, 그러니까 과거의 실제 정황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과거들도 엄밀함을 눙치고 있는 (것 같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사건과 사건 사이는 헐겁고. 그 헐거움의 조건을 우리, 나의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자주 활용해왔던 것 같다. 이제 나는 클레의 ‘새로운 천사’를 독일의 병든 역사가가 왜 그렇게 봤는지 조금 알 것 같다.
2022년의 나는 많은 활동을 했다. 기억에 남고,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것들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02월: 《마테리알》 6호에 「김기영의 (후레) 자식들: 강철웅 인터뷰」를 썼다.
https://ma-te-ri-al.online/archive/210/
04월: 《마테리알》 편집 동인으로 합류한 후 첫 번째 행사 ‘오픈스페이스: 영화를 가르는 패스’를 동료들과 함께 기획했다.
05월: 한국영상자료원 기획전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에 《마테리알》 동료 분들과 함께 GV를 했다. 내가 준비해 간 부분의 링크는
https://brunch.co.kr/@likeacomet/161
06월: 한국영상자료원의 조사·연구자로 ‘김기영 문헌자료 컬렉션’을 조사하고 해제를 작성했다. 해제의 링크는
https://www.kmdb.or.kr/collectionlist/detail/view?colId=262&isLooked=true#none
공개되었을 당시 이런 글도 썼다.
https://brunch.co.kr/@likeacomet/162
07월: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로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를 활용해 장윤미 감독의 단편전을 틀고 GV를 했다. GV 기록은
08월: 『아카이브프리즘』 9호에 ‘김기영’과 ‘십만원비디오페스티벌’ 항목을 썼다.
https://www.kmdb.or.kr/story/webzine/1109
‘김기영’ 항목에 대해 처음 보낸 글은 조금 달랐다. 그 글은
https://brunch.co.kr/@likeacomet/165
08월: 『마테리알 7호』와 『대체현실유령』이 출간되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을 느꼈다. 이에 대한 소회는 후일 풀 날이 있을 것 같다.
두 권은 모두 마테리알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링크는
https://ma-te-ri-al.online/issues/
그리고 배은열님이 함께 계신 영상제 FID에서 강연을 했다. 원고 제목은 「방치된 희망」인데 아직도 방치되어 있다.
11월: 그 대략적인 내용과 얼개에 은열 님의 고견을 더한 것은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raccoon0214/222921890445
이날 갑작스럽게 촬영한 영상도 덧붙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h59S4NkhDgs&feature=youtu.be
12월: 부산의 복합문화예술공간 ‘무사이’에서 신정원 감독 1주기 추모상영회에 박동수, 조일남 평론가와 함께 토크를 했다. 그 대강의 요지는 이랬다.
https://blog.naver.com/likeacomet/222948278758
이중 혼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깝고 멀었던 모든 동료분들에게 감사하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