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oreafilm.or.kr/kofa/news/webzine/BC_0000062887
한국영상자료원의 웹진 《아카이뷰》 13호에 영화감독 이만희의 50주기를 맞아 '이만희 감독론'을 썼습니다.
명확한 역할과 엄격한 규율이 소외감을 해소해주기 때문일까? 이만희 영화에서 행복한 인물은 오직 쉬는 시간의 군인뿐이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과 < YMS 504의 수병 >(1963) 그리고 <04:00-1950->(1972)에서 쉬는 시간의 군인들은 웃고 떠들고 노래한다. 기실 이만희는 통신병 출신이자 영화감독이 아니라면 군인을 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그 자신 영화에서 배우로 출연할 때의 역할도 모두 군인이었으며, 의아할 만큼 볼품없는 이만희의 영화인 <고보이 강의 다리>(1970)는 그가 오직 실제 전쟁터로 가기 위해 그 작품을 빌미로 사용한 것 같다는 인상까지 준다. 그렇지만 이만희의 행복한 군인들은 결국 전투를 하고, 죽는다.
그렇지만 결과를 걷어내면 이만희가 그의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한 것이 소외감이나 폐쇄성이 아님을 보게 된다. 오히려 이만희는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바깥’으로 향하는 구멍들을 줄곧 뚫어왔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 ‘양공주’들이 국군을 받지 않자 그들이 바를 파괴하는 장면. 국군이 그들의 바를 부수는 난장을 펼치자, 오히려 ‘양공주’들은—겁에 질려서가 아니라!—군인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그 난장은 ‘돈’이라는 관념 자체를 파괴한 하나의 ‘바깥’이었다. 혹은 <원점>에서 선(문희)을 두고 몰래 사지(死地)로 향하기 전에 석구(신성일)는 잠에 든 선의 머리칼에 조용히 자신의 피부를 닿게 한다. 서로 다른 역할을 지닌 두 사람이 서로 접하는 사랑의 순간에도 드물지만 ‘바깥’이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