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지프 신화

by 금은달


나의 정신은 요동치고 심신은 백사장의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폐허 속에서 도무지 진자운동을 멈추지 못하고 충동하고 만다. 지구는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에서 용암을 토해낸다. 나는 생에 대한 욕구와 애먼 희망의 경계에서 구토한다. 내 안의 부조리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온전한 정신이 뱉어진다. 그래야만 하는 것과 그러려니 해야 할 것들이 소화되지 못하고 다 튀어나온다.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글을 쓰는 것이고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땅굴에 파묻혀 있는다는 뜻이다. 글은 세상에서 소외되기 십상이고 쉽사리 돈벌이가 되지 못한다. 나의 유일한 생명줄이 내 밥줄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바로 나의 부조리이고 세상의 부조리이다.


부조리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카뮈는 부조리 자체를 수용하고 맞서라고 한다. 그러니까 글이 유치하고 허무맹랑하고, 이것을 글이라고 불러도 될까 고민되는 순간에도, 최대한 진실되게 그리고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