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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아

그렇다고 항상 네가 옳다는 건 아냐

by 금은달

니체.

세상을 가르치러 왔다. 시대를 너무 빨리 타고났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몇 년간 출판해 주는 곳이 없었다. 그는 변함없이 강퍅했다. 그럼에도 동물농장을 고집한 이유는 자신의 책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는 이상한 근자감이 있다. 내 글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확신. 적어도 나 한 사람의 세계가 바뀌고 있다는 확신. 내 인생은 그걸로 충분하다는 확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님이 5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다.


우울증에 걸린 게 부끄러워서 아니면 원망스러워서 나는 언제나 가면을 쓰고 농담을 하며 활달하고 수더분한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백세희 작가님의 책을 보면서 우울증 환자라는 걸 전국 서점에 까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브런치 활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유 없이 죽고 싶고 그런데도 떡볶이는 잘 먹는 사람이 나 말고도 더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누구라도 이렇게나 죽고 싶고 우울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 심지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다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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