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엔 뜻이 있다.
허난설헌의 태생에도
윤동주의 시대에도
이상의 폐병에도
베토벤의 장애와
반 고흐의 빈곤과
니체의 실연에도
모두 뜻이 있었다.
절망에 바다에 빠지는 일은 흔하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
탯줄이 잘려나가는 순간
우리는 그 바다에 떠밀려가는지 모른다.
바다에 빠졌을 때는 너무 허우적거리면 안 된다.
때론 팔다리에 힘을 빼고 부력에 몸을 맡길 필요도 있다.
목구멍으로 짜디짠 바닷물이 들어온다.
그래 여기는 바다다.
슬픔과 고통으로 파도가 치는 바다.
헤엄을 치면 살 수 있을까.
차라리 가만히 가라앉는 편이 낫지 않을까.
불가사리처럼 바위에 딱 달라붙어 있으면 어떻게 될까.
해파리처럼 물결에 몸을 맡긴다면?
알 수 없다.
과정도 결과도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침몰하더라도 담담하고 싶고
어딘가 육지에 도달한다 해도 담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