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에 겨울옷을 모두 버렸다. 그때는 자살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생각할 때라 나에게 다음 겨울은 없다고 생각했다.
결말은 보다시피 나는 죽지 않았고 그 해 겨울옷을 모조리 다시 사는 금융치료를 당했다.
왜 죽지 않았을까? 매일 죽고 싶어 했으면서.
생각해 보면 하루에 딱 하루씩만 산 게 비결이 아닌가 싶다.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죽으려고 올라간 다리 위가 너무 추워서,
엄마가 만들어준 잡채가 눈물 나게 맛있어서,
낯선 이가 베푼 작은 친절 덕분에,
그런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이유들로 나는 하루에 하루씩 살 수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너무 사소해서 일상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것들에게 목숨을 빚졌다. 조금 더 자라고 싶다.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베풀 수 있도록.
성장판 열림!
우리 모두 아직도 성장판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