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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by 금은달

먹고 살려고 직장에 다니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오히려 밥을 못 먹게 됐다.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두 다리 쭉 뻗고 다음날 아침까지 자는 일이 회사일보다 힘들다.


지금은 취침 전 약을 먹지 않으면 계속 각성 상태다. 몸은 누가 돌로 누르고 있는 듯 무거운데 머릿속은 복잡하고 기억해야 될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몸은 여기에 있는데 영혼은 어디로 간 건지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다.


고통스럽다. 고통스러운 매일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만 사실을 사실 그대로, 고통을 고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생기는 과정이라 여긴다.


오늘 영화관에서 귀멸의 칼날을 봤다. 이노스케는 저돌맹진을 외치며 더 강한 적을 찾아다닌다. 그래야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려면, 나의 연습과 수련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려면 더욱 힘든 곳으로 가봐야 한다. 지금이 어쩌면 그런 과정 중에 있지 않을까. 더 강해지는 길 위에 서 있는게 아닐까.


나는 만화가 좋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죽을 게 뻔하고, 실패하기 뻔한 미션에 주인공들은 망설임없이 뛰어들고 유치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도 좀 유치한 편이 오히려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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