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았다.
며칠이라도 병가를 쓰고 싶어서.
물론 아직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지만 어쨌든 진단서를 받았다.
거기엔 원인불명의 불안장애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원인이 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이토록 불안한 이유는 단 한 번도 나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착한 딸이 되고 싶었고 유쾌한 친구가 되고 싶었고 똑똑한 제자가 되고 싶었고 야무진 직원이 되고 싶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될 사람. 그게 바로 나다.
꾹꾹 눌러 담은 진밥처럼 나는 나를 눌러 담는데 익숙했다. 아니,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밥이 아니었다. 별 볼 일 없는 실개천도 흐르지 못하게 막아놓으니 홍수가 되어 삶을 쓸어버린다.
손가락도 까딱하고 싶지 않은 퇴근 후 저녁에 뭐라도 써보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이타심은 사치다. 글이라도 써둬야 낙오자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치는 발버둥이다. 이런 불온한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글은 위안이 된다. 쓰는 이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부디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