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러고 싶었다.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다. 뮤지컬 영화의 한 장면처럼 탭댄스를 추며 직장에 출근하고, 주말엔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에서 왁자하게 바비큐 파티를 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빛나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나를 사랑하는. 그런 기깔난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내 삶은 오랫동안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인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내가 만질 수 있는 행복은 TV속에 있었다. 으리으리한 집, 문이 위로 열리는 외제차,번쩍번쩍한 명품, 젊고 아름다운 외모, 타고난 재능,운명처럼 만나는 사랑, 친구 사이의 영원한 의리, 짜인 각본처럼 술술 풀리는 인생과 영원한 해피 엔딩.
나는 세상이 제시하는 행복에 부합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아름다운 외모, 부드러운 말씨, 겸손한 자세. 나는 더 인정받고 더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 쳤다.이상했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불행해졌다. 바다인 줄 알고 열심히 자맥질을 했는데 알고 보니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을 뿐이었다.
집을 사도, 차를 사도 행복해지지 않았다. 더 큰 집과 더 비싼 차가 필요한 걸까? 도대체 집이 얼마나 커야, 차가 얼마나 비싸야 마침내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나는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돈을 벌었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을 손에 넣었다. 이상했다. 나는 여전히 밤마다 울었고,관짝 같은 침대에 누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매주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었고 망가진 정신에 대해 상담받았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행복에 대한 정의와 가설이 실험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스스로 행복의 정의를 내린 적이 없었다.행복의 기준은 언제나 밖에 있으면서 내 알맹이부터 갉아먹었다.
행복을 얻는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삼으면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을 견디지 못한다. 단 하루라도 행복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이 되니까 말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은 지루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을 견디지 못한다.
나는 이제 행복하게 살지 않기로 했다. 그냥 살기로 했다. 살아 있으면 빗물이 고이듯이 시나브로 행복이 고이는 날도 오겠지...
나는 그냥 그런 사람, 오늘도 그냥저냥한 하루, 딱 요만큼 그럭저럭한, 이게 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