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책 『On Photography』, 한국어 제목으로 『사진에 관하여』는 꽤 많은 독자에게 읽힌 책이다. 나는 사진+책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사진가나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인용하는 것을 보았다. 사진에 특별히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은 인문사회 과학 도서로서 그리고 수전 손택의 대표적인 책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손에 든 것은 단지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즉,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교양을 위해서.
한국어 번역판으로 읽었는데 여섯 번을 읽어도 정확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부분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앞뒤 맥락과 상반된 문장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챕터별로, 그리고 책 전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맥락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인문과 사회과학, 철학이나 예술, 그리고 물론 어렵게 번역된 책들도 두루 읽어왔지만, 이 책만큼 고역인 책은 드물었다. 오기가 생겨 원서로 다시 읽었고 문제는 내가 아니라 번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서로 읽고 나서 원문 자체가 번역으로는 옮기기 어려운 뉘앙스나 행간의 의미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단순하지 않은 책이고 저자 본인의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한 해제를 써야 할 만큼 내가 이 책을 좋아하거나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시 읽고 해제까지 쓰는 이유는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었던 이유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는 많은 독자들이 그 내용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원서를 기본으로 하되 문장 하나하나를 번역하지는 않는다—번역서는 아니니까. 대신에 주제 문장은 물론이고 짚고 넘어가야 하는 대목이나 개인적으로 (좋은 의미에서) 거슬리는 부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이 브런치북을 유심히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우선은 나 혼자서라도 재밌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독자의 즐거움은 덤일 뿐. 내 해석에 동의하지 않거나 더 궁금한 내용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내가 내키는 범위에서 답변드리겠다—에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