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묵상 10화

나의 애착 인형

by 제이와이

어릴 때 '코코'라고 부르던 애착인형이 있었다.(페이지 헤더에 있는 사진과 비슷하게 생겼다)

연한 코코아 색의 세모난 코가 귀여워서 붙인 이름이었다.

어릴적 사진첩을 뒤젹여보면 4살 무렵부터 내 손에 들려있던 인형이었다.

손 크기만한 코코한테는 몸을 넣을 만한 크기의 작은 금속 재질 양동이가 있었다.

양동이에 달려 있는 손잡이가 잘 빠져서 어느 순간 양동이는 내버려 두고 코코만 데리고 다녔다.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목욕탕에 코코를 데려갔을 때이다.

작고 하얀 곰인형을 어찌나 끼고 다녔는지 일주일만 지나도 손때가 묻어 색이 탁해졌다.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코코를 씻기는 것은 내 몫이었다.

물에 푹 젖은 곰인형에 비누칠로 거품을 내고, 뽀득뽀득한 느낌이 들때까지 헹구어 냈다.

물에 폭 젖었을 때의 무게, 물에 젖은 결을 이리저리 쓸면서 생기는 코코 얼굴 표정의 변화, 뽀송하게 마른 뒤 새하얘진 모습, 향긋한 비누냄새 등 다 기억이 생생하다.


당연하게도 자라면서 그 인형을 곁에 두는 횟수는 점점 뜸해졌고, 관심도 저물어 갔다.

그래도 부모님 댁에 가면 항상 작은 인형들이 모여있는 공간에 함께 놓여 있었다.

몇년 전, 부모님이 집을 인테리어 한다고 한번 물건을 싹 정리한 일이 있었다. 인테리어가 끝나고 6개월 뒤에서야 나는 집에 내려가볼 시간이 났다. 바뀐 집 풍경사이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사라진 인형들의 공간이었다.


나는 어릴 때 알뜰할뜰 살림에 몰두한 엄마로 인해 부모님이 사준 인형이 거의 없었다.

아니, 6살때까지는 친인척들, 부모님 지인들이 선물로 준 인형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내 기억에도, 내 추억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코코를 제외하고는.

청소년기 때 나를 애정하는 이로부터 선물로 받은 커다란 마시마로 인형, 고등학생 때 일본 하우스텐보스를 다녀오며 동생 주려고 산 귀여운 튤립 인형, 대학생 때 친구가 유럽여행에서 사온 뜬금없는 커다란 토토로 인형, 이 4개의 인형은 나름 내 '추억'이라는 범주 안에 있는 것들이었건만 마시마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보이지 않았다.


30살이 넘은 나는 엄마에게 '내 코코는?', '토토로는?', '튤립이는?'하고 물어봤지만 인테리어로 짐들 정리하면서 다 버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희안하게 엄마가 직접 사서 화장대, TV앞, 책상 위에 장식해둔 조그만한 곰들이와 강아지 인형들은 모두 남겨져 있었다.

평소에 쳐다도 안보던 인형들이었는데 "아니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막 버렸어"라며 서운해 하는 나와, "다 큰게 무슨 인형타령이야"라는 엄마의 양심방어를 끝으로, 그 인형들은 거취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갑자기 생각날 때 엄마한테 '내 코코 왜 버렸어'라곤 한다.

어린 아이 때의 감각과 감정과 기억을 추억하게 하는 애착인형이었던 코코가 집안에 없어서 아쉽지만, 없는 것을 핑계삼아 가끔 떠올려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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