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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사자처럼 May 23. 2019

멋사의 코딩 교육 방법

멋사의 7년 코딩 교육 이야기


학생 30명에서 시작한 멋쟁이사자처럼은 3년 만에 연간 1,000여 명을 배출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5개국 2,0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고 있고, 연간 지원자는 10,000여 명에 이른다.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멋사 해커톤


멋사를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로 진출하여 뱅크샐러드(189억 원 투자유치), Bepro11(103억 원 투자유치), 센트비(투자금액 비공개) 등 대규모 투자유치를 한 회사를 키우기도 했고, 윙잇(연 매출 70억 원), 탈잉(유저 250만 명), 자소설닷컴(900만 개 자기소개서 보유) 등 업계에서 유명한 스타트업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센드버드(1,191억 원 투자유치), 선데이토즈(국민게임 애니팡 개발) 등에 합류하여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 35%의 학생이 컴퓨터공학부로 전공을 옮기는 등, 기존 교육과는 구별된 성과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시행되는 의무화된 코딩 교육 등이 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 일부에선 코딩 교육 무용론도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코딩 교육 문화가 조금 더 바르게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멋사 교육의 특징을 몇 가지 적어본다. 




0.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어디에 써먹을지'를 요구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 윤리, 물리와는 다르게 코딩은 현실에 적용할 때 빛을 발한다. 물론 수학을 엄청나게 잘해서, 이마트에서 물건 계산할 때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암산을 할 순 있겠지만, 삶에 주는 영향이 크진 않다. 하지만 코딩은 무얼 만드냐에 따라서 큰 돈을 벌 수도, 유명한 사람이 될 수도,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코딩을 배우기 앞서서, 이걸 배워서 무엇을 만들 것인지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각자의 구체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는 멋사 학생들과 끊임없이 정제해 나가고, 각종 테스트를 멋사 학생들과 진행한다. 이는 멋사 직장인버전도 동일하다. 


우리는 코딩을 배우기 위한 전단계까지 책임지며, 구성원들의 커뮤니티 파워로 아이디어 빌드업을 진행한다.


한 기수당 약 400여 개의 아이디어를 디벨롭 한다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는 행사(아이디어톤)도 진행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팀원을 모으고 해산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코딩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되고, 스스로 모티베이트 되어서 끝까지 멋사를 완주한다. 


스타트업 "탈잉"과 "자소설닷컴"의 경우, 멋사 구성원을 가장 잘 활용하여 급 성장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코딩 학습의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멋사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업 시작에 앞서, 코딩을 왜 배우는지, 각자가 무엇을 만들어낼지 꾸준히 고민하는 과정을 보내며, 그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뒤에야 본격적인 코딩 수업을 시작한다. 



1. 언제나 답을 해 주는 선생님의 존재


멋사를 함께하는 대학교는 해외포함 100여 개의 대학교인데,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는 대학교는 고려대학교다. 지원자도 제일 많고, 경쟁률도 제일 높으며, 가장 많은 창업팀을 배출했다. 


멋사 고려대가 잘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뽑는 것은 멋사 2기 때 시행되었던 "24시간 디버깅 카페"다. 


고려대학교 앞에 카페 한구석을 2달 동안 점거[?]했고, 고려대 학생들은 코딩하다가 막히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그 카페로 찾아가 디버깅을 요청했다. 선생님들이 3교대 또는 4교대를 하면서 그 자리를 지켰으며, 고려대 학생들은 안암에서 술 먹다가도 CSS 질문하러 오고, 저녁에 학교에서 코딩하다가도 파이썬 코드를 물어보러 오곤 했다. 


접근성이 좋은 공간에 대답 할 수 있는 존재가 항상 있다는것은 코딩을 배우는 데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진행하는 멋사 직장인 버전도 주말을 거의 통으로 디버깅 카페로 운영을 할 예정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궁금한 게 있으면, 멀티캠퍼스 선릉지점에서 답을 요구할 수 있고, 우리는 그 질문에 답을 할거다. 



2. 매년 새로 제작하는 커리큘럼


멋쟁이사자처럼 3기 때, 정부에서 협업요청이 온 적이 있다. 우리가 수업했던 영상을 창조경제혁신센터 수업과정으로 쓰고 싶으니, 콘텐츠 구입을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3기 때 수업 자료는 모두 폐기가 된 상태라서, "저희는 모두 삭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믿지 않았지만, 실제로 폐기가 된 상태였고, 우리는 다음 연도 수업자료를 새로 만들고 있었다. 즉, 우리는 매년 커리큘럼을 짠다


매년 바뀌었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1기 Ruby/Rails
2기 Python/Flask + 배틀쉽 (인공지능)
3기 Ruby/Sinatra/Rails
4기 Ruby/Rails + 알까기 인공지능
5기 Ruby/Rails, + 인디언 포커 인공지능
6기, Ruby/Rails + Blockchain
7기, Python/dJango + (딥러닝 예정)


언어의 변화뿐만 아니라, 디테일하게 다루는 내용도 달랐고, 그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선택하여 수업했다. 


영어와 같은 학습 분야는 다를 수 있다. "온라인 영어 수업을 신청했더니, 수업에서 2002년 월드컵 이야기가 나와요."가 가능한 이유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영어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가장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는 분야고, 그 분야를 수업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빠르게 수업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년 고생하는 멋사 선생님들에게 미안하지만, 우리가 매년 커리큘럼을 생산하는 동력을 잃는 날이 우리의 마지막 해가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요즘도 하고 있다. 



3. 베이스캠프의 존재


멋사 1기는 D.Camp, 멋사 2기는 낙성대 오렌지연필, 멋사 3기는 Google Campus를 베이스캠프로 썼다. 

구글 캠퍼스 서울 (출처 : 캠퍼스 서울 홈페이지)

여기서 베이스캠프란 수업하는 공간과는 분리된, 그냥 언제든지 모여서 떠들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 코딩 교육 기관이 강의실 구축에 신경을 쓰지만, 우리는 동네 카페나 스터디룸을 강의실로 필요할 때만 썼고, 베이스캠프를 만드는 데 노력을 많이 쏟았다. 


코딩을 활용하는 과정은 대부분 협력이다. 혼자 파이썬을 겁나 잘 한다고 해도, 언젠간 누군가와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고, 그 시간이 혼자 코딩을 하는 시간보다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협력을 해 나가는 과정을 학습 때부터 익혀놓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코딩 학습을 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그런 구성을 만들기 어렵다. 


일반적인 코딩 수업 모습. 누가 봐도 협력하는 장면은 아니다


코딩 수업 시간에 "협력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GIT은 이렇게 쓰세요."를 안내하는 것보단, 베이스캠프에서 토이 프로젝트들을 제공해주고 자연스럽게 팀을 구성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4기부터는 각자 대학교에서 동아리방 등을 구축하여, 중앙 베이스캠프의 필요성이 줄었지만, 멋사 직장인 버전은 멀티캠퍼스의 도움으로 훌륭한 베이스캠프를 구축하였다. 

멋사가 쓰고 있는 멀티캠퍼스 선릉점


베이스캠프를 활용한 수업은 아래 꼭지인 "4.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으로 이어서 설명하겠다. 



4.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


멋사에서 흥한 수업으로는 알까기 인공지능 수업과 인디언 포커 인공지능 수업이 있다. 

홍진호와 인공지능의 포커 대결

학교별로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인공지능끼리 포커 대결 토너먼트를 열었고, 그 순위는 실시간으로 모든 학교에 공유했다. 그리고 1등을 한 팀은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함께 "인간과 기계" 대결을 했다.


알까기 인공지능 대결 모습은 아래와 같다. 


DGIST에서 열린 알까기 인공지능 대결


알까기 대회는 서울대가 최종 우승, 홍진호와의 대결에서도 우승했으며, 인디언 포커 대회는 성균관대가 최종 우승, 홍진호와의 대결에선 패배하였다. 


학생들은 베이스캠프에 모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인공지능을 짰으며, 그 자리에서도 지속적인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중앙 베이스캠프에서 시작된 문화는 각 학교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인공지능 대결에서 진 팀은 밤을 새서 인공지능 튜닝을 했고, 그것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파이썬/루비의 고수가 되었다. 별도의 코딩 강의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고속 성장을 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팀별로 모여서 놀 수 있는 작은 토이프로젝트를 베이스캠프에 지속적으로 던져놓았으며, 학생들은 모여 앉아서 그런 장난감 프로젝트를 모여서 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딩을 익혀나갔다


이 모든건 커뮤니티가 형성된 뒤에 가능한 수업이지, 커뮤니티 없이 혼자 할 수 없는 수업이며, 멋사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코딩을 배우는 효과적인 방법은 더 좋은 것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가 찾아낸 다섯 가지 방법은 위와 같다. 앞으로도 멋사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나갈 것이고, 항상 최고의 위치에서 양질의 교육을 진행하는 단체가 될 것이다. 


코딩은 전반적으로 인내력의 싸움이고, 창의력과 논리력은 그 다음이다. 밤을 새워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 고통의 시간을 잘 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천재적인 알고리즘으로 몇 시간 만에 뚝딱 무얼 만들어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따라서 학습의 과정에서 인내력을 견뎌내도록 하는 장치가 수없이 마련이 되어야 하며, 우리는 그런 장치를 계속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다. (멋사 직장인도 포함이다!)


Bepro11,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탈잉, 구닥 등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으나, 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7년 차 되는 지금에야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 두 곳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했고, 앞으로 멋사의 수익은 지속해서 학생들에 대한 투자로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것이 우리가 키운 학생들에 대한 강한 신뢰고, 책임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학생에 대한 투자는 코딩교육단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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