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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사자처럼 Feb 17. 2023

볼수록 매력 있는 브랜드를 위하여, 조립식 브랜딩

테킷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이 만드는 브랜드


흔히 '브랜드 디자인을 한다.'라고 말하면 무엇을 만드느냐는 질문을 되받곤 합니다.

이때 청자가 평소 조금이라도 브랜드에 관심이 있다면

"아 로고 만드세요?"라는 변화구를 던지기도 하죠.

하지만 테킷의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 같네요.


"기억과 그 기억의 매개체를 만들어요."


저명한 사용자 경험 컨설팅 그룹 닐슨 노먼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객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보다 이용하지 않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쇼핑 중, 쇼윈도에 비친 오렌지색 소파를 보고

'아 맞다. 오늘 저녁에 테킷 라이브 수업 있었지…'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과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익숙한 향기에

'이 향, 테킷 오프라인 공간에서 나던 향이네? 요즘은 어떤 클래스가 있으려나…'

하고 테킷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서비스를 이용할 때나 이용하지 않을 때나,

오감에 따른 총체적인 기억으로 테킷을 떠올릴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것.

즉, 기억의 매개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테킷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볼수록 매력 있는 브랜드를 위하여, 조립식 브랜딩


테킷 브랜드 디자이너만의 정체성


브랜드 디자이너는 어떻게 자신을 소개해야 할까요?

디자인에 문외한이신 부모님께서


“그래서 너, 회사에서 하는 일이 뭐야?” 


라고 묻기라도 하신다면.. 참 막막해집니다.

(로고도 만들고, 굿즈도 만들고, 오프라인 부스도, 그리고 브랜드 웹사이트도 만들어요…?)

하는 일이 참 많은데. 정말 많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느낀 적이 꽤나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LIKELION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파트원은 모두 이런 고초를 겪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건 아닙니다!

모두 '우리는 누구인가. 어떤 일을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오늘은 저를 포함한 브랜드 콘텐츠 팀이 지난 3개월 간 진행한 ‘TECHIT(테킷)’ 브랜딩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그를 통해 LIKELION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가진 디자인 의식을 이야기드리려 합니다.




테킷 콘텐츠 아이덴티티 1.0


테킷은 LIKELION이 만든 교육 브랜드로,

새로운 지식과 세상에 눈 뜨고 싶은 도전가를 환영하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IT 교육을 실천하고 있어요.

그들이 IT의 미래를 선도하길 바라면서요.


지금의 테킷이 있기 전, 2021년에는 ‘프로젝트라이언’이라는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이 플랫폼은 LIKELION이 교육으로 세상과 고객에게 어떤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즉, ‘브랜드 정체성’을 찾아 나설 MVP(Minimum Viable Product)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플랫폼이었어요.


(관련해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파트장님께 브랜딩 히스토리를 여쭤보니

모기업인 LIKELION의 ‘LION’과 실험, 단발 과제를 뜻하는 ‘프로젝트’를

합쳐 네이밍을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실험성 플랫폼이긴 하지만 우리의 ‘교육’, ‘정체성’을 발견해야 하는 프로젝트이니 만큼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필수 과업이었어요.

하지만 실험 이후엔, 프로젝트라이언에 대한 기억이 고객들에게 남김없이 삭제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파트장님은 교육 프로그램을 ‘잊히기 쉬운’, ‘한 번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스타일로 

디자인하자고 선언하셨죠.


그 결과, 아래 이미지와 같은 2D 플랫 스타일 그래픽과 컬러의 제한 없이 

다양한 컬러를 사용하는 스타일 1.0이 탄생하게 됩니다.


물론 휘발되기 쉬운 그래픽이라고 해서 가이드라인이나 시스템조차 없는 건 아닙니다.

위 스타일도 다양한 브랜드 디자인 시스템 설계에 의해 디자인되었어요.



그 사이, 다양한 데이터와 비즈니스 브랜딩 전략을 바탕으로 

이름과 얼굴을 가지게 된 어린 테킷이 탄생했습니다.


거기서 끝이었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탄생 이후에는 테킷만의 고유한 룩. 

테킷이 태어나 처음 입는 배냇저고리를 고르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테킷 콘텐츠 아이덴티티 2.0


테킷이 난생처음 입게 될 옷은 무엇일까요?

그건 테킷을 유심히 살펴보면 알 수 있겠죠?


‘세상에 눈 뜨고 싶은 도전가를 위한 -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해 해상도를 높이는 교육.’

여기에서 ‘실감할 수 있는/실체화된’ 그래픽 스타일로 변경해야겠다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기존의 세상이 흐릿한, 속을 알 수 없는 2D였다면

테킷의 교육으로 세상의 원리원개념을 이해하고 실감할 수 있다는 사상을 담아

3D 디자인 스타일을 채택했습니다.



이때, 다양한 지식과 사람이 융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테킷의 교육 원리를 따와

여러 상이 겹쳐져 또 다른 차원의 이미지를 도출해 내는 ‘글래스모피즘’ 스타일을 활용하기로 했어요.

*글래스모피즘이란, 쉽게 말해 투명도와 블러 효과를 통해 반투명한 유리처럼 표현하는 디자인을 뜻합니다.



그러나 글래스모피즘 스타일은 단순한 표현 기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를 넘어 테킷만의 글래스모피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일이 필요했죠.

그땐 몰랐죠… 그것이 제 미래에 펼쳐질 고행길인 줄은……




툴의 한계를 넘다.


글래스모피즘? 3D?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분명 3D 제작 툴을 사용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팀 내에 3D 툴을 다룰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슬프지만,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테킷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이던 날.

파트장님은 이와 같은 말과 함께 글래스모피즘 그래픽 에셋을 몇 가지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3D 툴을 다룰 줄 모르는 이가 어떻게 이런 그래픽물을 만들 수 있는가… 했더니,

일러스트레이터와 피그마로 한 땀 한 땀 “그렸다-”라는 말을 남기시더라고요.


그렇게 팀 멤버 모두가 3D 그래픽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작자가 만들어낸 3D 그래픽은 같으면서도 묘한 스타일 차이를 보였습니다.

모두 테킷이긴 한데. Y2K룩 테킷, 밀레니얼룩 테킷… 같이 보였어요.

이건 정말 문제다. 싶었습니다.

간단한 서치만으로도 이렇게나 다양한 글래스모피즘 3D 스타일 예시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의 드로잉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요.




다양한 일관됨. 스타일의 중심을 잡다


문제는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해결은 어렵지 않다!


팀이 문제를 인식한 그 시점부터

저는 모두가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테킷 그래픽 스타일 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을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A. 공통 디자인 언어 설정

혹시 협업자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것을 지칭하고 있었다거나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적 있지 않나요?

사소한 부분이지만 정확한 언어 사용은 미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비효율을 크게 절감시켜 주죠.

그를 위해 제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은 가이드와 시스템을 사용할 이들이 함께 지칭할 

협업 언어를 지정하는 일이었어요. 대표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언어와 사용 상황을 정의했죠.


테킷의 그래픽이 가장 많이 드러날 썸네일을 기준으로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콘텐츠의 주제성을 드러내는 그래픽 오브젝트는 ‘키 오브젝트’로.

주제를 부연 설명해 주는 상황 또는 배경 그래픽 오브젝트는 ‘서브 오브젝트’로.



B. 컬러 시스템 정의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진 ‘테킷’

다음으로 위의 주제를 토대로 테킷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그 와중에도 ‘테킷다움’이라는 인상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 결과 기존 테킷의 컬러 시스템에 ‘악센트 컬러 타입’을 추가하게 됩니다.



      B-1.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악센트 컬러는 테킷의 다양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테킷 교육 콘텐츠의 개별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컬러 스와치들을 만들어 냈고
추후에도 다른 디자이너들이 컬러 스와치를 추가 생성할 수 있도록
컬러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었어요.



      B-2. 테킷다움을 잃지 않는
악센트 컬러가 테킷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돕기는 하지만 본질은 흔들리면 안 되겠죠.
저에게는 ‘테킷만의 색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사용 가이드를 추가 지정했습니다.
개별 교육 콘텐츠를 감싸주는 그래픽. 즉, 주제가 ‘테킷’이 되는 그래픽에는
반드시 ‘테킷의 프라이머리 컬러 & 세컨더리 컬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와 더불어 어떤 악센트 컬러와 함께 사용되더라도, 혹은 고객이 악센트 컬러만 접할지라도

테킷만의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1번에서 언급한 ‘악센트 컬러 디자인 가이드라인’에도

테킷 프라이머리 컬러의 레인지 값을 토대로 HSB 컬러의 범위를 지정해 주어 테킷다움을 유지하려 했어요.



C. 개체 조형 디자인 가이드

개체의 조형만으로도 테킷만의 감상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개체를 조형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같은 위계의 콘텐츠를 표현하는 3D 개체끼리는 동일한 각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앵글 값을 지정하고, 블러/그림자 등 효과 값을 지정했습니다.


D. 길을 잃었을 때 펼쳐볼 수 있는 지침서

A, B, C 말고도 다양한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을 설정했지만…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일 때가 있죠.

마지막으로 위 가이드&시스템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래픽 견본집 만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참고 자료 같은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테킷 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남긴 것들.


스타일 업데이트를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요.

그 연락은 주로 이런 것이었죠.


"뭐? 손으로 그려? 근데 살아있네?"


맞아요. 팀 모든 멤버들이 살아있는 게 신기해요.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저와 팀원들 모두 수십 번 해탈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불사하면서,

우리가 이 스타일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안녕! 난 테킷이라고 해!’


테킷이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그만의 삶을 넓혀갔으면 했어요.

그를 위해선 처음 만난 친구에게도'난 이렇게 생긴 이런 사람이야'라고 

'인상 깊은 소개'를 할 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의 바탕에는 휴리스틱 이론이 있었습니다. 저희 팀은 파트장님께 귀가 닳도록 듣는 용어인데요.

휴리스틱 이론은 ‘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론입니다.
인간은 경험에 의한 직관을 형성하고 본인이 인지하거나 비인지하는 상태에서
그 경험 직관을 바탕으로 의사를 결정한다는 이론이에요.
소비자가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에 가장 많이 인용되기도 하는 이론이죠.


우리는 테킷이 고객에게 어떠한 직관을 형성해 주는 것을

‘인상을 만든다/남긴다’라고 이야기해요.


이 인상을 다양하게 제공하되, 동일한 인상으로 반복 경험되면 될수록

고객들은 더 강한 직관을 가지게 되니, 파트장님은 이 원리를 이용해

‘차별화된 개성을 가진 하지만 다양한 인상을 선사하는 브랜드’를 만들자.

라는 팀 디자인 의식을 정의했어요.


그래서 로고, 네임과는 또 다른 ‘글래스모피즘 스타일 그래픽’이라는 수고로운 뉴-파츠를 더할 수밖에 없었죠.

이게 제목에서 이야기한 ‘조립식 브랜딩’입니다.


이름과 얼굴로만 정의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꼭 맞는 부품을 만들어 조립해 나가는 브랜딩이에요.






2-4. 마치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테킷 콘텐츠 아이덴티티는 1.0에서 2.0으로 변모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논의가 더해져,

가만히 멈추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해 나가며

다양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만의 인생을 살아갈 거예요.



그러니 우리의 브랜딩도 네버엔딩스토리가 될 겁니다.

더군다나 만들어 놓았지만, 아직 세상에 소개는 하지 않고…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부품들이 있다고요!


이후로도 이 브런치 시리즈를 통해,

모두 다른 모양이지만 합쳐보면 한 브랜드가 되는 프로젝트들을 여럿 소개하려 합니다.

장르로 따지면 옴니버스식 장편집이 될 거예요.

되도록이면 여러 번 나누어 천천히 소개하려 합니다.


지금도 머리를 뜯으며 고뇌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브랜드 메이커들에게

이 글이 한 줌의 도움으로 닿기를 바라며…

친절히 또 천천히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모든 이야기가 똑같은 인물과 구성으로 반복되어 

‘어차피 결말은….’처럼 지지부진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테킷'이라는 큰길 위에 '다양한 주제의 샛길'도 보여드릴 텐데. 

다음 편이 벌써 기다려지지 않나요?


다시 만날 그날을 그리며 …

LIKELION BRAND COMMUNICATION PART’LL BE BACK SOOOOOOON!





이야기꾼 : 김채현

LIKELION BRAND COMMUNICATION PART SENIOR DESIGNER.

팀에서 치열함을 맡고 있는 치열이 고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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