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처음 디자인 팀을 꾸리고 있는 초보 리더를 위한 백서(1)
안녕하세요. Brand Communication Group 그룹장 오금희입니다.
LIKELION에 합류한 지도 2년이 되었네요. 브랜드 팀을 결성하고 현재의 그룹으로 가꿔오며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했어요.
금희님은 누군가에게 리딩하는 법을 잘 배우고 자라신 것 같아요.
일순간 드는 생각은 감사함이긴 합니다만, 이런 말을 들을 때는 상대방이 저를 통해 ‘해갈’ 또는 ‘해결’을 얻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곧바로 '상대방이 이런 질문을 하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지금 어떠한 상황에 싸여있는 것일까’ 등 어떤 배경 속에서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차적 사고 회로가 작동되곤 했죠.
이 상황에서 드린 답변의 100 중에 100은 이렇게 시작했어요.
저는 사수는커녕.. 팀도 없었어요.
이 말은 들은 분도 놀라고, 저도 말할 때마다 놀라는데요. 그렇습니다. 경력의 대부분을 스타트업에서 보내왔고, 1인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하다, 어느 날부턴가 팀을 구성하고 리딩하는 역할로 일하게 되었어요.
'리딩을 배운다'라는 관점에서 저는 '못 배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못 배운 사람이 어떻게 팀을 이끌게 되고 누군가가 고민을 터놓고 물을 수 있는 사람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전문적으로 배운 내용이 아니기에 온전히 제 경험에 국한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에게 닿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앞으로의 글을 써 내려가 보고자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상상력이나 창조성이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 이런 단점을 알기에, 경력 동안 수련해 온 무기이자 방패가 있습니다.
바로 ‘해석력에 기반한 창의’인데요. 다른 이들이 만들어둔 개념이나 상황에 대해 객관성을 토대로 명징하게 살피고, 그에 1:1로 해독 작용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죠.
그래서 일을 하는 첫 순간에는 ‘해결해야만 하는 미션’을 아주 오랫동안 노려봅니다.
'LIKELION의 브랜드를 구성하고, 그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든다.'
이를 한껏 노려본 다음에는 '해석력에 기반한 창의' 기반으로 주어진 주제를 분해했어요. 이때의 저는 주로 Golden circle 형식 주제 해석을 사용하곤 했죠.
이렇게 해석한 주제는 곧 제 업무의 큰 줄기 중 하나가 되었어요.
주제를 해석한 그날부터 결심하고 팀 내외 설득을 진행했습니다. '브랜드 팀'을 결성해야 한다는 것을요.
지금부터 공유드릴 이야기는 제가 브랜드 팀을 결성하는 과정이 담긴 총 3편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에요. 위에 언급한 A, B, C의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데요. 오늘은 A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팀이라는 개념에는 '1인'이 아닌 '다수'가 이룬다는 기초 성립 값이 존재해요. 브랜드를 구성하고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들을 모시려면, 곧 '채용'이라는 걸 진행해야 했어요. '그럼, 좋은 디자이너는 어떻게 채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시작했죠.
브랜드팀을 결성할 당시의 LIKELION에는 인사 전문 담당자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부서마다 채용을 진행하는 방법과 기준이 달랐죠. 혹자는 이런 상황을 당황스러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스타트업 경력이 많은 제게는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다. 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이 상황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죠. 되려 '없던 팀을 만드는 자들에게는 자율, 자유도가 보장된 환경이 될 수 있겠군!'으로 느껴졌어요.
이후, 좋은 디자이너분을 모시기 위해 2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1. 좋은 디자이너의 명확한 '기준'을 만든다.
2. 기준에 부합하는 '채용 전, 채용 후 프로세스'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팀을 구성하기 위한 채용 과정을 개설하기 시작했죠.
‘귀하의 훌륭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채용 인원.. 모시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취업에 도전해 본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받아보았을 메시지일 텐데요.(혹시라도 안 받아보셨다면 다행입니다.)
이 메시지를 받게 될 때면 저는 이런 내적 질문을 일삼곤 했습니다.
’훌륭하다고는 했지만 뽑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떤’ 훌륭한 사람이 뽑힌 걸까?
그리고 이 내적 질문은 아래와 같은 채용 과정 개설의 토대가 되었죠.
A. 합격/불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당사만의 ‘어떤’ 기준이 중요하다.
B. 채용 담당자뿐만 아니라 지원자도 그 기준을 느낄 수 있거나 사유를 되물었을 때 상세한 답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A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모든 사람이 훌륭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조건이었어요. 그 수많은 장점 중에 우리 회사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를 가장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고민을 토대로 LIKELION에서 의식하고 있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정리해 보고, 그 의식이 긍정 작용할 수 있는 '수행 과업'과 '환경'들을 조사했어요.
당시 LIKELION은 아직 작은 조직이었고, 김지홍 님과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위주로 결성된 디자인 팀 역시 결성 초기 단계였던지라 '우리 회사의 디자인은 이렇다. 일잘러 디자이너는 이래야 해.'라는 의식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죠. 그래서 제가 약 3개월간 홀로 일하며 조사한 기준값들을 명시화하고, 세부 기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기준 1]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자’가 될 수 있을 것
자신의 전문 지식을 무지식자가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함.
내 전문 분야 밖의 업무 고민이 있을 때 협업자로서 믿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함.
한계를 두고 해결 방안을 심의하는 것이 아닌 문제 해결에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
[기준 2] 나 스스로 발족하고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것
비즈니스상 발생하는 미지의 영역에 지치지 않고 도전할 동력을 가진 자여야 함.
자기 계발 및 발전에 의의를 두고 커리어 상 이러한 활동이 필요한 자여야 함.
말만 보면 번지르르한 멋진 말 대잔치지만, 여느 기사에 있던 내용을 긁어온 것처럼 '당연하다!'라고 느끼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상 이 말들이 겉멋만 든 결단이 아니려면, '반대의 기준'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초두에 언급한 것처럼 모든 것에 뛰어난 자가 아닌 ‘어떤 것’에 뛰어난 자를 찾고 있으니, 그 어떤 것 외에는 상대성을 갖추고 보아도 된다는 관점이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3개월간 일하며 노력한 부분 중 비효과/비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한 부분 역시 정리해 나갔습니다.
[비효과/비효율적 요소 1] 특정 분야에 국한된 전문성과 그에 기반한 판단
자신의 전문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만을 강조한다면, 일이 발족될 수는 있지만 이후 더 큰 경험으로 확장되거나 지속 운영되기 어려워짐.
[비효과/비효율적 요소 2] 주어진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에 충실함
신생 브랜드인지라 0 → 1로 생성되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많기에, 따라야 하는 시간보다 ‘새로이 만들고 실험해야 하는 초기 과제’가 더 많음.
이러한 기준을 저 혼자 알고 있으면 안 되겠죠? 훗날 인터뷰에 참여해 눈이 되어주실 동료분들을 위해 ‘브랜드 팀 채용 교본’으로 통용될 수 있는 페이지를 열고 기록을 이어나갔어요.
이어서는 세부 기준을 마련했어요.
LIKELION은 수직 직급 구조를 갖춘 회사예요. 당시에는 갖출 수 있는 직급 구조가 리드와 팀원으로만 이원화되어 있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리드와 주니어의 차이가 뭘까?... 그건 ‘책임에 따른 의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토대로 팀의 어떤 이가 어떤 책임과 의무를 가질 수 있는지를 최종적으로 고려했어요. 그 결과, 팀 내 세 개의 직급 체계가 필요하다는 결정과 사내 제안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중간 직급을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직급별 기준 정의서도 미리 써두었어요. 추후에 해당하는 분을 모시게 될 환경이 되면, 해당 직급자를 위한 환경이 미리 구축되어 있어 안착하시기에 훨씬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또는 팀 내 육성을 통해 중간 직급자가 발생한다면, 하루아침에 직급이 바뀌어도 직급별 기준 정의서를 통해 내가 어떤 일을 어디까지 해야 하고 할 수 있을지 조망할 수 있기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채용 프로세스를 만들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또 있다면, 그건 바로 이 기회를 발판 삼아 팀 또는 회사가 전달하고 싶은 '감상'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왜냐면, 제가 취준생일 때마다 품은 또 하나의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왜.. 왜.. 서로 알아가는 단계인데.. 나는 한없이 작은 ‘을’이 되어야만 하는가..
그렇기에 면접의 서두와 말미를 아주 잘 꾸려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인간의 지각 프로세스상, 처음과 끝이 중요한 게 학계의 정설(초두효과, 피크앤드룰 등등..)이거든요.
“반드시 이 사람을 우리 회사의 관심자로 전환되도록! 없던 애정도 생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이런 마음에 면접관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도 짰어요. 물론 초기엔 면접자가 1인..이었으므로 제가 저를 위해 가이드를 쓴 거나 마찬가지.. 였습니다만..
이와 더불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면접 자리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자리'라는 감상을 주는 것이었어요. 즉, 면접관과 지원자가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면접에 임한 지원자의 소개를 듣는 시간이 있다면, 면접관인 우리도 모르는 사람이 알 만할 정도로 우리 회사와 팀을 소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면접 말미에는 반드시 멋쟁이사자처럼 이라는 회사의 사업과 비전, 팀의 구성과 앞으로의 운영 방향 등을 다양하게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금까지의 글을 보시면서 ‘이건.. ㅌ.. 투머치 설계! 투머치 디테일이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실재하지 않는 채용 과정이야!’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진짜예요.. 지금도 위에 설계한 기준과 과정대로 열심히 채용하고 있답니다. (실제 면접 후기를 담아주신 인턴 박예진 님의 후기 보러 가기)
나름대로 길었습니다만,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그룹은 LIKELION이라는 터울 안에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지금의 팀 멤버들을 모시게 되었어요.
섬세히 보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아실 텐데, 스크린샷에서 언급되던 주어인 ‘BXD’가 위에 언급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그룹’으로 바뀌기까지도 많은 여정이 뒤따랐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풀어보려 합니다.
이번 생도 처음이고 어쩌면 '이 회사에서의 리딩'도 처음이라 고민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계실 어떤 분들에게 이 글이 즉결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여전히 하는 이가 있다’는 위로와 '그렇기에 더 해봐야지!'라는 힘으로 가닿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쟁이사자처럼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면, 편하게 지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