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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준희 May 03. 2023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명이 '길 위에서'인 이유를 알았다. 그는 뉴욕예술학교를 함께 다녔던 부인 조세핀과 평생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서 그의 집이 있고 그가 가장 잘 아는 도시인 뉴욕의 모습을 그림에 많이 남겼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그 때문인지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이름난 그림들이 실제로 보니 역시 대단했다. 특히 <철길의 석양>과 <오전 7시>, <황혼의 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이 참 좋았다. 자리를 뜨기가 싫었다. 그의 그림은 캔버스에 그린 유화와 종이에 그린 수채화가 신기하게 느낌이 같았다. 손가락 드로잉을 보고서 그의 대단한 드로잉 실력에 감탄했고 센트럴 파크를 그린 드로잉이 특히 좋았다. 저녁 무렵에 그곳으로 가서 그리곤 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동상이 있는 공원 주변을 종이 두 장을 붙여서 그린 풍경에서는  세한도가 연상되었다. 먹과 드로잉, 가로로 길게 그려진 단순한 풍경때문이었나보다. 

 세 번의 파리방문 때 그린 그림들은 빛이 중요한 영향을 끼쳐서인지 화면이 밝았다. 그리고 인물묘사가 많아졌다. 파리의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는 호퍼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는 생계를 위해 삽화를 그렸지만 예술에 대한 꿈을 놓지않고 에칭작업을 꾸준히 해서 마침내 화단의 호평을 받으면서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의 에칭은 단순히 잘 그렸다는 걸 뛰어넘어 독특한 호퍼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전시실에서 상영된 호퍼의 다큐멘터리에서 호퍼의 육성으로 그의 예술관을 듣는 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공동기획한 것이다. 몇 년 전에 휘트니미술관에서 조지아 오키프의 특별전을 보았는데 에드워드 호퍼 개인전을 뉴욕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나왔다. 


 사족 -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괜히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손가락에서 빠져나가서 혼비백산했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갈라파고스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쌍가락지인데 수명이 백팔십 년인 갈라파고스 거북이의 기운을 받으려고 끼고 다니고 있다. 그 귀한 것을 잃어버릴 뻔했다. 컴컴한 실내에서 반지를 찾느라 핸드폰을 바닥에 붙인 채 플래시를 켜서 이 잡듯이 찾았는데 드디어 뒤쪽에서 찾아냈다. 호퍼를 미워하게 될 뻔했는데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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